[기자수첩] 리터당 2025원 찍은 주유소 휘발유 가격
“리터당 2025원.” 서울 고덕동 인근 주유소에서 목격된 휘발유 가격이다. 2000원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하던 기준은 이미 무너졌다. 그러나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고유가의 도달이 아니다. 국제유가 급등 속에서도 국내 휘발유 가격은 정부의 정책에 의해 일정 수준에서 눌려왔다. 지금의 가격은 낮은 것이 아니라 ‘덜 오른 것’이다. 겉으로는 안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과 체감 사이의 간극이 커지는 ‘유예된 가격’에 가깝다. 국제유가와 국내 가격 간 괴리는 이전보다 뚜렷해졌다. 상승 속도를 늦춘 정책 효과는 인정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가격이 가져야 할 신호 기능은 흐려졌다. 가격 인상 시점마다 주유소로 차량이 몰리는 ‘선구매’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다. 오르기 전에 채우고, 오른 뒤에 줄이는 패턴이 굳어지면서 수요는 줄어들기보다 이동하고 있다. 가격이 수요를 억제하지 못하고 소비 시점만 앞당기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수요 감소의 질은 더 우려스럽다. 최근 판매량은 줄었지만 감소는 경유에 집중됐다. 화물·건설 등 실물경제를 지탱하는 경유 소비가 10% 안팎 감소한 반면, 선택적 소비 성격이 강한 휘발유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제한적이다. 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