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사상 최대라는데 명예퇴직 얘기가 왜 나오지?.”
최근 만난 전자업계 한 직원의 푸념 섞인 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1분기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기록했지만, 현장의 체감은 정반대다.
실적 발표와 거의 동시에 명예퇴직과 조직 개편 소식이 이어지면서 일부 조직에서는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숫자는 사상 최대를 말하지만, 조직은 오히려 가벼움을 선택하는 ‘웃픈’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간극은 비용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매출 대비 원재료 비중은 각각 약 30%, 20% 수준이다. 특히 삼성전자 DX부문 원재료 매입액은 74조원을 넘어서며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부품 가격이 상승하고, 중동 리스크로 유가와 물류비까지 흔들리면서 올해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실적은 개선됐지만 비용 구조는 오히려 불안정해진 셈이다. “성과는 숫자만 남고, 비용은 인력을 줄인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럼에도 기업의 대응은 분명하고 단순하다. 삼성전자는 전사 차원의 비용 절감에 나서며 출장·경비 기준까지 손보고 있고, LG전자 역시 희망퇴직과 인력 효율화를 병행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지만, 현장에서는 구조조정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명예퇴직은 자발적 선택으로 분류되지만 체감은 다르다. 조직 재편 속에서 역할이 축소되고 향후 경로가 불투명해지면 선택지는 자연스럽게 좁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수익성이 흔들리는 사업부일수록 “버티기보다 나가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진다.
문제는 이 같은 ‘웃픈’ 상황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원가 부담과 수요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록 인건비 압박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인력구조 조정은 단기 수익성 개선 효과는 거둘 수 있지만 숙련 인력의 이탈로 중장기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재무제표 반응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효율화와 구조조정의 경계는 결코 숫자로만 볼 수 없다. 비용을 줄이거나 인력을 줄이는 선택이 반복되는 구조라면,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 성과에 온전히 박수를 보내기 어렵다. 숫자와 사람 사이의 벌어진 간극은 좁혀야한다.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축제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