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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자사주 소각' 속도 높이는 기업들…"주주환원 판 바뀐다"

개정 상법 시행…취득 후 1년 내 소각, 2027년 9월 사실상 마감 시한
대기업 중심 선제 대응 확산…소각 규모 커지고 활용 방식도 변화
자본시장 선진화 기대 속 “중소·벤처엔 부담” 엇갈린 시선

[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자사주를 사들여 쌓아두던 관행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한 상법 개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이 자사주 처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주주환원이 선택적 정책에서 사실상의 규범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자사주 소각을 중심으로 배당과 주식 보상 등을 병행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 공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각과 처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시장에서도 변화가 체감되는 분위기다.

 

이번 변화의 출발점은 올해 시행된 상법 개정이다. 개정 상법 제341조의4는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그동안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보유해 온 기업 입장에서는 활용 방식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존 보유 자사주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법 시행 이전 취득분은 시행일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1년 내 소각해야 한다. 최대 유예기간은 1년 6개월로, 늦어도 2027년 9월까지는 대부분의 자사주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외는 제한적이다.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 부여, 합병·분할 등 법정 사유에 해당할 경우에만 이사회가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하고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보유할 수 있다. 이마저도 매년 재승인을 받아야 해 사실상 엄격한 관리 체계가 도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약 1조7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해 발행주식의 약 4%를 줄였고, 삼성전자는 약 14조5000억원 규모 소각을 결정했다. SK㈜와 현대지에프홀딩스 등도 잇따라 소각 계획을 내놓고 있다. 발행주식 수 감소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개선 효과가 기대되면서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활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보유 자사주 일부를 임직원 보상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장내 매각이 아닌 개인 계좌로 직접 이전하는 방식으로, 개정 상법이 허용한 예외 규정을 활용한 사례다. 자사주가 단순 보유 자산이 아니라 ‘소각 또는 즉시 활용’ 대상으로 재정의되는 흐름이 읽힌다.

 

시장 지표도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기업은 99곳에 달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누적 590사로 늘었고, 이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 시장의 70%를 넘어섰다. 최근 3년간 자사주 매입 규모는 8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확대됐고, 소각 규모 역시 같은 기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제도 변화를 지배구조 재평가의 계기로 보고 있다. SK증권 한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경우 자사주 활용 구조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해 온 만큼 소각 확대는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흥국증권 연구원도 “자사주는 더 이상 장기 보유 자산이 아니라 소각을 전제로 한 주주환원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정책 중심이 보유에서 소각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자사주 소각을 병행한 기업에 대한 투자 선호가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다만 모든 기업에 같은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 등 특정 목적 보유분에 대한 세부 기준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 업계에서는 자사주를 경영 안정 장치로 활용해 온 만큼 획일적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공시 의무 강화와 소각 이행 점검 체계 구축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도 도입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기업별 대응 속도와 실행 방식의 투명성이 중장기 기업가치와 시장 신뢰를 가르는 기준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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