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계해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하는 ‘V2G’ 기술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제주도와 체결한 ‘그린수소 및 분산에너지 생태계 조성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오는 12월 초부터 시범 서비스 참여 고객 모집을 시작하고, 12월 말 제주도에서 본격적인 V2G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28일 밝혔다.
V2G 기술은 양방향 충전기를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할 뿐 아니라 전력망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전기차를 사실상 ‘이동형 전력 저장장치(ESS)’로 활용하는 개념이다. 전기차·충전기·전력망 간 실시간 통신을 기반으로 전력 수요와 가격을 반영해 최적의 충·방전 시점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전력 수요와 가격이 낮은 시간에는 전력을 충전하고, 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시간대에는 차량이 보유한 전력을 전력망에 방출해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한다.
이번 시범 프로젝트는 민관 협력 체계로 추진된다. 현대차·기아가 사업 운영과 기술 검증을 맡고, 현대엔지니어링이 충전 서비스 분석과 고도화 방안을 마련한다. 제주도청은 관련 규제와 제도 개선을, 한국전력은 EV와 배전망 연계를 담당한다.
제주도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전력 과잉과 변동성 문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V2G 기술 상용화 시 전기차가 낮 동안 과잉 생산된 전력을 흡수하고 밤 시간대 전력망으로 재공급함으로써 재생에너지 활용 효율성과 전력망 안정성을 모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범 서비스는 아이오닉 9 또는 EV9 보유 고객 중 자택·직장에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조건을 충족해야 참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12월 초 제주도청 홈페이지 및 SNS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하고 총 55대 규모로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참여 고객에게는 양방향 충전기 무료 설치와 시범 기간 동안 충전 요금 전액 지원이 제공된다.
현대차그룹은 시범 운영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통해 기술·사업성을 검증하고, 관련 제도가 마련되는 대로 제주도에서 V2G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이후 정부 및 지자체와 협력해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올해 12월 말 네덜란드에서 완성차 업체 최초로 V2G 정식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다. 현지 아이오닉 9·EV9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되며, 고객들은 전력 충·방전에 따른 거래 수익을 누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충전 서비스를 통해 이미 충전 비용 절감 혜택을 제공했다.
V2G 상용화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활발한 네덜란드의 전력시장 안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서비스 대상 차종 확대와 함께 영국 등 유럽 주요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한편 북미에서는 가정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V2H 서비스가 먼저 자리잡고 있다. 기아는 올해 2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뉴욕 등 7개 주에서 EV9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현대차도 연말부터 차종별 OTA 업데이트에 맞춰 V2H 서비스를 개시한다.
정호근 현대차그룹 미래전략본부 부사장은 “V2G는 전기차 활용도를 기존 이동 수단에서 에너지 자원으로 확장하는 혁신 기술”이라며 “국내외 V2G 서비스가 그룹 전기차 경쟁력 강화와 미래 에너지 시장 주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