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외곽, 아직 개발이 덜 된 부지 한편에 대형 장비 반입과 공사 준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정적이 흐르던 공간에 움직임이 생긴 건 최근이다. 이곳에는 SK하이닉스의 신규 반도체 후공정 시설 ‘P&T7’이 들어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2일 청주 흥덕구 외북동 부지에서 P&T7 착공에 들어갔다. P&T는 전공정을 거친 반도체 칩을 최종 제품 형태로 완성하는 패키징과 테스트 공정을 뜻한다. 이번 시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패키징 거점 성격이 짙다.
공장은 약 23만㎡ 규모 부지에 조성된다.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과 웨이퍼 테스트(WT) 공정이 함께 구축되며, 클린룸 면적만 약 15만㎡에 이르는 대형 설비다. SK히이닉스는 오는 2027년 WT 라인을 먼저 가동하고, 2028년 WLP 라인을 순차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의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가 자리한다. 그동안 경쟁의 중심이었던 미세공정은 기술적 한계에 가까워졌고,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칩을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보다, 이를 어떻게 연결하고 안정적으로 구현하느냐가 더 중요한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HBM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다. 여러 개의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구조인 만큼, 패키징 완성도가 곧 성능으로 이어진다. 동일한 칩을 사용하더라도 패키징 기술에 따라 실제 성능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런 흐름 속에서 P&T7은 단순한 생산시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공정에서 확보한 기술을 최종 제품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핵심 단계이자, AI 메모리 경쟁력을 완성하는 마지막 공정으로 기능하게 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향후 반도체 경쟁이 설계와 생산을 넘어 후공정에서 본격적으로 갈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주 지역 내 생산 구조도 한층 촘촘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M11, M12, M15, M15X 등 주요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P&T7이 더해지면 생산, 테스트, 패키징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구축된다.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수요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 기간 동안 다수 인력이 투입되고, 완공 이후에는 약 3000명 수준의 상시 인력이 근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업체와 장비·소재 기업이 함께 유입되면서 산업 생태계가 확장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은 주변 산업 구조를 함께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교통과 생활 인프라가 확충되고, 인구 유입이 뒤따르면서 지역의 경제 기반이 점차 넓어지는 흐름이 형성된다. 청주 역시 이러한 변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투자는 생산 거점을 수도권 밖으로 확장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업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지역은 산업과 일자리를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다. 반도체 산업의 지역 분산 흐름이 이어질지 여부도 관심사로 꼽힌다.
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기업 간 경쟁은 공정 전반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청주 P&T7 착공은 그 흐름이 생산을 넘어 패키징 단계로까지 확장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후공정 경쟁력이 제품 성능과 시장 지위를 좌우하는 국면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