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국내 설탕 시장을 사실상 과점해 온 제당업체 3곳이 장기간 가격 담합을 반복하다가 4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이번 과징금 규모는 단일 담합 사건 기준으로 역대 두번째다. 업체당 과징금 규모로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이른바 ‘제당 3사’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약 4년간 사업자간 거래(B2B)에서 설탕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총 4,083억1,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당 3사는 이 기간 동안 8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해 실행했다. 국제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원가 상승분을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동시에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에 협조하지 않는 식품·음료업체 등 수요처에는 공동으로 압박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원당 가격이 하락할 때는 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가격 인하 시점을 늦추는 방식으로 담합을 유지했다.
담합은 대표급과 본부장급, 영업임원, 영업팀장 등 직급별 회의와 연락망을 통해 이뤄졌으며, 거래처별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가 협상을 주도한 뒤 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컨대 특정 음료사는 CJ제일제당이, 과자업체는 삼양사가, 또 다른 음료사는 대한제당이 각각 맡아 가격 협상을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은 2010년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사 담합 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과징금 규모다. 업체별로는 CJ제일제당 1,506억8,900만 원, 삼양사 1,302억5,100만 원, 대한제당 1,273억7,300만 원이 부과됐다. 업체당 평균 과징금은 1,361억 원에 달한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담합 관련 매출액은 약 3조2,884억 원이며,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15%”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과거인 2007년에도 설탕 가격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2024년 3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담합 행태를 1년 넘게 유지하고, 조사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응을 논의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설탕 시장에서 제당 3사의 점유율은 약 89%로, 사실상 과점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설탕 시장에서 제당사들이 이를 이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담합으로 이익을 극대화했다”며 “국민이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부담을 전가한 중대한 경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과된 과징금은 부당이득을 충분히 상회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재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식품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담합 행위를 엄단하라고 주문한 이후 검찰과 공정위가 동시에 속도를 낸 대표 사례로도 평가된다. 검찰은 이미 제당 3사 임직원들을 기소했으며, 공정위 역시 이례적으로 장시간 전원회의를 거쳐 신속히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앞으로 담합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격 재결정 명령 등을 적극 활용해 실질적인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