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많이 먹지도 않는데, 갑자기 아이가 살이 너무 많이 쪘어요.” 진료실을 찾는 부모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어느 순간 변해버린 아이의 체형을 마주한 부모는 건강상의 문제를 걱정하게 된다.
실제로 요즘 아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은 비만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고열량·고지방·고당분 식품의 섭취가 증가했고,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며 활동량은 크게 줄었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아비만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만 7세 이후의 과체중은 성조숙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장판이 조기 닫히면서 최종 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비만은 단순한 체중 문제를 넘어 성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대응이 필요하다.
많은 가정에서는 아이의 체중 관리를 위해 운동을 유도하거나 식이조절을 시도한다. 그러나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거나 제한적인 식단을 따를 경우 아이들이 오히려 요요현상을 겪는 경우가 많다. 체중 감량이 일시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의학에서는 이 같은 반복적인 실패를 줄이기 위해 ‘체질 맞춤형 치료’를 제안한다. 단순히 굶기거나 무리한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체질에 맞는 식단을 구성하고 필요 시 체질에 맞는 한약을 통해 대사 기능과 노폐물 배출을 도와 건강하게 체중을 줄이는 방식이다. “살이 찐다”는 문제가 아이의 체질과 맞지 않는 음식 섭취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체질에 맞춘 한약은 지방 분해를 유도하고 에너지 대사를 돕는다. 여기에 체질에 따라 구성된 식단이 함께 적용되는 ‘체질 식이요법’이 병행되면, 아이는 배고픔 없이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 감량이 아닌 장기적 건강관리 관점에서 중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소아비만을 대표적으로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기운이 없고 축 처지는 아이는 소화 기능이 약하고 몸이 무거우며 묽은 변이나 소변량 감소가 함께 나타난다. 이는 비허습저증 유형으로, 기력을 보강하고 체내 습기를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가 이뤄진다.
늘 배고프고 물을 많이 마시며, 손발에 땀이 많거나 발냄새가 심한 아이는 위열습저증으로 분류된다. 이 유형은 소화가 과도하게 활발해 식욕이 왕성하며 변비가 동반되는데, 위장의 열을 내려주고 습기를 조절해 대사를 안정시키는 처방이 적용된다.
짜증을 자주 내고 가슴이 답답하며, 입안이 쓴 느낌을 호소하는 아이는 간울담체증에 속한다. 이 경우에는 정서적 불안정이나 여아의 경우 생리불순이 동반될 수 있으며, 간의 기운을 풀고 순환을 촉진해 노폐물 배출을 돕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마지막으로, 늘 피곤하고 손발이 찬 아이는 비신양허증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런 아이는 피로감이 심하고 수족냉증, 묽은 변, 추위에 민감한 특징을 보이며, 양기를 보충하고 비장과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치료가 적용된다.
결국 소아비만은 단순히 섭취량을 줄이는 문제로 해결되지 않는다. 아이의 타고난 체질과 현재의 몸 상태를 면밀히 진단하고, 이에 맞는 개별화된 치료와 식이요법, 생활 습관 교정이 함께 이뤄질 때 건강한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소아비만은 단순한 감량이 목표가 아니라, 아이의 체질과 성장 환경을 고려한 맞춤 관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성조숙증이나 성장 장애로 이어지기 전에 정확한 진단과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함소아한의원 이천점 장재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