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도는 매우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의 부진과 환율·관세 등 외부 요인이 실적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8일 공시를 통해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55.9%, 전 분기 대비 31.2% 각각 감소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74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0.09%, 전 분기와 비교하면 6.5% 줄어든 실적이다.
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23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2분기 기준으로는 2023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최저 실적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전체 실적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DS 부문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반영과 첨단 AI 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 제재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충당금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에 반영돼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을 보인 비메모리 부문도 삼성전자 성적 부진을 부채질한 요인중 하나로 풀이된다. AI 칩에 대한 수출 제한으로 판매가 줄었고, 이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도 겹쳤다. 또 라인 가동률 저하로 인해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출하가 일부 진행되지만 여전히 실적을 기대하기는 부족한 실정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 분기보다 하락하면서 적자폭이 다소 커졌다. 파운드리도 여전히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과 일부 국가의 관세 인상 등도 전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하는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비반도체 부문도 부진했다. 1분기 실적을 견인했던 모바일경험(MX) 부문은 갤럭시 S25 효과가 소멸되며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했다. TV·가전 부문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관세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낮아졌다. 증권가에서는 DS 부문 영업이익을 1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MX·네트워크는 2조원대, 디스플레이는 6000억~7000억원, TV·가전은 4000억~5000억원, 하만은 3000억~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반면 업계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HBM 수요도 본격화되는 가운데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등이 계절적 성수기를 맞는 등 회복세 견인이 점쳐지지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사업은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며 "하지만개선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은 고객별로 평가 및 출하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비메모리사업은 첨단 인공지능(AI) 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 및 관련 재고 충당이 발생했으며 라인 가동률 저하가 지속돼 실적이 하락했지만 하반기는 점진적 수요 회복에 따른 가동률 개선으로 적자 축소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