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원인모를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강한 햇볕과 높은 습도, 실내외 온도 차로 인한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은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무기력증까지 유발하며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
특히 더운 날씨에 수분 섭취가 부족하거나 과도한 냉방 환경에 노출될 경우, 체온 조절 기능이 흐트러지면서 혈관의 수축과 확장이 반복되고, 그 결과 두통과 현훈(빙 도는 느낌의 어지럼증), 속 울렁거림 등이 나타나기 쉽다. 하지만 계절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러한 증상이 만성적으로 반복되거나, 검사상 뚜렷한 이상 없이 다양한 불편감이 지속될 경우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심인성 어지럼증, 신체화 증상, 브레인포그 등 신경정신과 질환을 함께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두통의 경우 편두통, 긴장성 두통과 같은 일차성 두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는 머리 한쪽이 지끈거리거나 머리에 띠를 두른 듯 조이는 통증, 뒷목과 후두부가 결리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구역감, 빛에 예민한 광과민성, 소리에 과민한 음과민성 등 신경계 전반의 과민 반응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 멍한 느낌, 집중력 저하 등이나 수면 장애, 불안감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단순한 두통의 범위를 넘어 자율신경실조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때 교감신경의 항진은 심장 박동 증가, 가슴 답답함, 식은땀 등으로 이어지며 만성화될 경우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위장 기능 저하와 전신 순환 장애가 뇌 기능에 영향을 주어 이러한 복합 증상을 유발한다는 한의학적 해석도 주목받고 있다. 담적병은 장내 노폐물과 위장 정체가 쌓여 체내 에너지 흐름을 방해하고 이로 인해 두통, 어지럼증, 집중력 저하, 불면증, 우울감까지 유발된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소화불량, 더부룩함, 머리의 무거움 등의 증상은 담적 증상이 전신으로 파급된 결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들을 단순히 각각의 장기 증상이 아닌, 자율신경계의 불균형과 장부 기능의 상호작용 속에서 진단한다. 침 치료와 약침, 뇌기능과 체질개선을 위한 한약 복용 등을 통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회복하고, 심리적 안정과 내장의 순환을 돕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정신과, 신경과 약물 부작용에 민감하거나 장기 복용이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 비약물적이고 체질 기반의 접근은 큰 장점으로 평가된다. 실제 한약은 속쓰림이나 오심이 있는 환자에게도 위를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머리의 무거움과 어지럼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일상생활 속 습관 교정도 자율신경계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자목이나 거북목과 같이 경추의 정렬이 틀어져 있으면 후두부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하면서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경우에는 중간 중간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거울을 보며 턱을 당기고 어깨를 펴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짠 음식, 기름진 음식, 카페인 등의 자극적인 식품은 교감신경을 더욱 자극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식사, 저자극성 식단 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또한, 감정적인 긴장이 신체 증상으로 전이되는 신체화 경향이 강할수록,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얕아지고 맥박이 빨라지는 등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복식호흡, 반신욕, 명상 등의 간단한 이완 요법도 정기적으로 실천하면 두통과 어지럼증,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을 억지로 참지 않고, 신체적·정신적 원인을 함께 고려하여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다.
검진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는 원인모를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 무기력, 가슴 답답함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긴장이나 피로로 여기지 말고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스트레스성 신경 증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기에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 교정을 병행한다면 만성화로 진행되기 전에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창원 휴한의원 이상욱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