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일주일 이상 본점 집무실에 들어서지 못하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이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지시한 이후 빠른 봉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은행장 취임 이후 8일이 지나도록 타협점을 찾지 못해 집무실 출근이 저지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윤종원 전 은행장 시절 기록한 28일간의 출근 저지 사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 행장은 지난 23일 첫 출근길에서 노조의 저지에 막힌 이후 본점 대신 인근 임시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초과근무 수당 문제를 ‘임금체불’로 규정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 측은 행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 일정과 내부 보고, 임원 인사 등 주요 업무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장 행장은 금융위원회 방문과 은행연합회 이사회 참석, 부행장단과의 간담회 등을 소화하며 대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총액인건비제’다. 이 제도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연간 인건비 총액 상한을 정하고, 기관이 그 범위 안에서 인력과 보수를 자율적으로 배분하도록 한 구조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특성상 업무 강도가 높고 초과근무가 잦지만, 인건비 인상률이 공무원 수준에 연동되면서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시간외수당 재원이 부족했다. 이에 따라 일정 시간까지만 수당을 지급하고, 이를 초과한 근무는 ‘보상휴가’로 대체하는 방식을 운용했다.
노조는 이 보상휴가가 사실상 사용되지 못하고 누적되면서 임금체불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으로 휴가를 쓰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휴가 대신 현금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사용 보상휴가는 1인당 평균 35일에 달한다. 이를 수당으로 환산하면 개인당 약 600만원, 전체로는 700억~8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반면 고용노동청은 이 사안을 ‘임금체불’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총액인건비제를 준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수당 미지급에 ‘고의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같은 판단에 노조는 법률 자문을 통해 “초과근무 수당은 총액인건비제와 별개로 은행 예산에서 지급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장 행장의 취임 이후 단행된 첫 정기 인사도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됐다. 지난 27일 부행장 2명을 포함해 2000명이 넘는 승진·이동 인사가 발표되자, 노조는 이를 ‘졸속 인사’이자 ‘측근 심기’라고 비판했다. 정책금융 강화와 인공지능(AI) 전환을 반영한 경영 의지가 담긴 인사라는 은행 측 설명과 달리, 노조는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너졌다고 주장하며 공식 소명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노사 분쟁을 넘어 공공기관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액인건비제 아래에서 초과근무 보상 방식이 유사하게 운용되는 기관이 적지 않은 만큼, 기업은행 사례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은행 내부에서도 연초 조직 개편과 전략 수립이 지연되며 피로도가 쌓인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장 행장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소통하며 해결책을 찾고 있다”며 조속한 타결 의지를 내비쳤지다. 하지만 노조는 구체적인 대안이 공유되지 않고 있다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