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이 6년 만에 2배 넘게 늘었다. 2019년 전체 임원중 여성 비중이 3.8%(50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8.1%(1210명)로 증가하며 처음으로 8%를 돌파했다. 하지만 여성임원 중 실무를 맡는 미등기 비율은 기간 90.5%에서 71.6%로 떨어지며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성별 다양성이 확대됐지만 여성임원의 상당수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8일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76개사의 임원 현황(6월 20일자)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임원 1만5016명중 여성은 1210명으로 8.1%를 차지했다. 2019년 3.8%(505명)에서 6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인 2023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선 뒤 매년 증가세가 이어졌다.
2022년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의무화했다. 이사회내 성별 다양성을 법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조치다. 여성 사외이사 영입이 집중되며 여성임원 수 증가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미등기 여성임원 비율은 2019년 90.5%에서 지속 감소해 올해 71.6%로 역대 최저를 나타냈다. 대신 사외이사 중심 등기임원이 빠르게 늘며 여성임원 증가를 견인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미등기 여성임원은 457명에서 866명으로 두 배에 못 미쳤지만, 여성 사외이사는 38명에서 292명으로 7.6배나 늘었다.
등기임원내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여성 사내이사 비율은 2019년 20.8%에서 2022년 12.7%로 떨어진 뒤 최근까지 15% 안팎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 절대다수는 여성 사외이사로, 이들 비중은 같은 기간 79.2%에서 올해 84.9%까지 치솟았다. 이에 비해 남성 사내이사 비율은 2019년 38.1%로 잠시 낮아졌다가 이듬해 곧장 53.6%로반등한 뒤 현재까지 50% 내외를 유지하며 사외이사 비중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준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생활용품(19.5%), 제약(19.0%), 서비스(13.2%), 식음료(13.1%) 등 소비재 업종의 여성임원 비중이 높았다. 반면 조선·기계·설비(3.3%), 에너지(3.6%), 건설·건자재(3.7%) 등은 여전히 5%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낮았다. 한편, 올해 500대 기업 여성 사내이사는 총 5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8.8%인 15명이 오너일가 및 친인척 출신으로, 3명을 제외한 12명은 모두 사장(대표이사) 이상 직급이다. 전문경영인 출신 여성 사내이사도 더 많았지만 CEO급은 8명에 그쳤다.
여성 사내이사 연령대는 40대가 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 19명, 60대 7명, 70대 이상 5명 순이었다. 최연소는 GS EPS의 레이아 살림 사우드 알 살미(40) 이사였고, CEO급 이상으로는 한진그룹 차녀 조에밀리리(조현민·41) 사장이었다.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43)가 가장 젊다. 최고령은 91세의 하란수 디와이덕양 명예회장이고 전문경영인은 최연혜(69) 한국가스공사 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