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시장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기대보다는 불안과 걱정에 가깝다. 시공사 선정이 본격화되면서 경쟁이 붙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최근에는 그 경쟁이 ‘선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절차와 원칙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모 정비구역에서 추가 이행각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입찰 절차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내용에 더해 과거 입찰 사안까지 포함되면서 건설사 간 해석이 엇갈렸다. 한쪽은 수용, 다른 한쪽은 법적 검토를 이유로 유보하면서 논쟁은 길어지는 분위기다. 현장에서는 “입찰 조건이 경쟁을 위한 것인지, 걸러내기 위한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반응도 들린다.
압구정5구역에서는 입찰 과정에서의 촬영 문제로 절차가 멈췄고, 신반포 재건축 사업에서도 서류 반출 논란으로 일정이 흔들렸다. 개별 사건만 보면 우발적인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비슷한 일이 같은 시기에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켜야 할 경계선이 흐려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현장에서는 “이제는 경쟁이 아니라 충돌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이런 충돌이 결국 사업 전체의 신뢰를 깎아내린다는 데 있다. 시공사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면 일정 지연은 피하기 어렵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과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허가 변수까지 겹친 상황에서 일정이 밀리면 사업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건설사로서는 물러서기 어려운 싸움일 수 있다. 핵심 사업지 한 곳의 수주가 향후 시장 입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를 좇는 과정에서 기준까지 흔들린다면 시장 전체의 신뢰는 더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지금 재건축 시장에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선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지켜야 할 기준은 더 분명해야 한다. 선이 무너진 자리에서 남는 것은 수주 실적이 아니라 갈등의 흔적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수주전이 ‘막가파식 경쟁’으로 남지 않으려면, 각자가 넘지 말아야 할 선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