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가치를 체계적으로 측정‧관리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1일 일본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서 개막한 ‘도쿄포럼 2025’ 기조연설에서 “현 자본주의 체제는 재무 성과 중심의 구조로 인해 환경 문제, 사회 양극화 등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고 사회적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포럼은 급격한 기술 발전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가 2019년부터 공동 개최해온 국제 포럼이다. 올해는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하다: 다양성, 모순,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전 세계 경제·사회·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한다.

최 회장은 기존 자본주의가 재무 지표에 과도하게 집중해온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사회적가치를 창출해도 보상체계가 없으니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 어려웠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높이는 사회적가치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회적가치는 수익처럼 명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최 회장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로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을 꼽았다. “사회적가치 측정에는 그동안 많은 거래비용이 들었고,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정확한 분석이 어려웠다”며 “AI 기술은 데이터를 빠르고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어 사회적가치 정량화에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측정이 체계화되면 자원 배분 기준이 달라지고 기업 행동을 바꿀 인센티브도 설계할 수 있다”며 이를 ‘새로운 자본주의’의 핵심 요소로 설명했다. 사회적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재무성과 중심의 자본주의가 사회적·환경적 책임까지 포함한 포용적 구조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실제 SK그룹이 추진 중인 사회적가치(SV) 측정 시스템도 소개했다. SK는 일자리 창출, 납세, 환경 영향, 지역사회 기여 등 다양한 항목을 플러스·마이너스 값으로 산정해 계열사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최 회장은 “측정이 시작되면 기업의 의사결정이 바뀌고, KPI도 단순한 재무 성과를 넘어 사회적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자원 배분 방식에도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재무성과와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고려하는 새로운 판단 체계가 확립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 회장은 같은날 열린 ‘비즈니스 리더 세션’에도 패널로 참여해 AI 기반 사회문제 해결, 정부·기업·사회간 협력 모델 등 ‘지속가능한 자본주의’의 구체적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 이와이 무츠오 일본경제동우회 회장 대행, 이한주 뉴베리글로벌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제 리더들이 참석했다.

이번 도쿄포럼에는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 마리안 베르트랑 시카고대 석좌교수, 고지마 후히토 도쿄대 교수,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등 각국의 경제·사회·행정 분야 석학들이 참여해 글로벌 사회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 최 회장의 발언은 기술과 자본, 기업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미래 자본주의 시스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