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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우리나라 국민은 실제 은퇴 시점이 희망보다 9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시기가 빨라지면서 은퇴를 위한 경제적 준비가 부족했다. 또 은퇴자들이 주택 활용·AIP 등의 인식이 확대되는 등 노후 주거 대책도 변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KB금융그룹(회장 양종희)은 한국인의 노후 준비 현황과 인식을 종합 진단한 ‘2025 KB골든라이프 보고서’를 28일 발간했다. 2017년 이후 네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보고서는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현실을 반영해 은퇴 전후의 생애 전반에 걸친 노후 준비 가이드를 제시하고, 글로벌 사회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제공했다.
이번 보고서는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25~74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표적집단심층면접(FGD)을 통해 작성됐다. 이번 보고서는 ▲노후생활 준비와 인식 ▲경제적 노후준비 현황 ▲한국과 글로벌 사회의 노후 인식 비교 ▲부동산 활용 노후자금 준비 ▲주택 다운사이징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 등 총 6개 장으로 구성됐다.
특히 올해는 한국인의 노후관을 세계경제포럼(WEF)의 장수 문해력 보고서와 비교해 진단하고, 주거 문제와 AIP 등 실제 노후 삶의 질과 직결되는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조사 결과 한국인이 행복한 노후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요소는 ‘건강’(48.6%)과 ‘경제력’(26.3%)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2023년 조사 대비 건강의 중요도 인식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노후 준비의 필요성에는 77.8%가 공감하면서도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답한 가구는 19.1%에 불과했다. 노후 행복의 핵심으로 꼽힌 경제력 역시 충분하다고 답한 비율은 21.1%에 그쳐 경제적 대비가 가장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노후 준비 현황을 보면 평균 48세에 준비를 시작했으며, 가장 많은 응답자가 50~54세에 시작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준비 계획이 없다고 밝힌 비율도 15.2%에 달했다. 희망 은퇴 연령은 65세였지만 실제 은퇴 연령은 평균 56세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짧은 셈이다.
한국 가구가 생각하는 노후 적정생활비는 월 350만 원, 최소생활비는 월 248만 원으로 조사됐으나 실제 조달 가능 금액은 월 230만 원으로 적정생활비의 65.7% 수준에 머물렀다. 생활비 조달 방법으로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60% 이상으로 높았다.
글로벌 비교 결과에서는 은퇴 후 재정 설계 필요성에는 공감했으나 (‘은퇴 시점의 재정 상황을 미리 알고 싶다’ 한국 30.3%, 글로벌 41.0%), 경제적 준비와 노후에 대한 기대감은 글로벌 응답자가 한국보다 약 세 배 높았다. 한국인은 ‘지금은 은퇴보다 당장 걱정할 일이 많다’(24.4%), ‘은퇴는 먼 얘기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20.0%)라는 응답이 많아 현재 생계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또한 부동산이 노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함에도 주택연금 가입 의향은 32.3%에 그쳤다고 밝혔다. 주택 다운사이징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9.7%가 긍정적으로 답했으며, 활용 시기는 70대가 선호됐다. 확보한 자금은 생활비로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4%가 “살던 동네에서 독립적으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답해 2023년 대비 14.3%p 증가했다. 선호하는 ‘동네’의 범위는 도보 30분 이내(39.2%)였으며, 필수 조건으로 의료시설 접근성, 편리한 교통, 공원 등 자연환경, 쇼핑시설 등을 꼽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황원경 부장은 “한국 사회는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지만 노후 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번 보고서는 길어진 인생을 대비하는 실질적 지침서이자,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지원 체계 구축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