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한국 사회의 정치 양극화와 권력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종현학술원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인도태평양민주주의포럼과 공동으로 ‘민주주의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민주주의미래포럼’을 열고,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치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과제로 지적됐다. 이숙종 성균관대 특임교수는 “현행 양당 중심 선거 구조는 유권자를 극단적 진영으로 몰고 있다”며 “다당제 정착과 정치적 타협을 유도하는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승자독식 구조의 완화, 중대선거구제 도입, 다당제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소셜미디어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콘텐츠 조정을 플랫폼에 맡기는 미국식 모델과 국가 규제 중심의 유럽식 모델 모두 한계가 있다”며, 사용자 스스로 선택한 중립적 중개기관에 콘텐츠 조정 권한을 부여하는 ‘미들웨어’ 시스템을 제안했다. 기요테루 츠츠이 스탠퍼드대 교수도 “소셜미디어는 포퓰리즘 정치인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주는 수단이 됐다”며 “공공재로 간주하고 정부 차원의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높지만, 국민적 합의와 실천 동력의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현석 고려대 교수는 “정치 교육과 시민 교육은 민주주의 회복의 핵심이지만 통일된 커리큘럼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거 외에도 일상적 정책 참여가 민주주의의 완성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전북대 교수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제안하면서 “현 체제는 대통령 독주와 국회 마비라는 딜레마를 낳고 있다”며 “비례대표 확대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과 함께 근본적인 선거제도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국은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반복하며 민주주의를 크게 발전시켜왔다”며 “이제는 글로벌 민주주의 연대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이번 논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양극화와 무한경쟁의 구조는 시민사회의 관용과 참여를 위협한다”고 밝혔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주의 후퇴의 근원을 뉴미디어 확산과 구시대적 정치제도에서 찾았다. 김 의원은 "알고리즘 기반의 소셜미디어는 정치적으로 동질적인 집단을 강화하고, 타인의 의견 수용을 차단함으로써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선거제가 양극화를 구조적으로 고착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최 의원은 "비상계엄, 탄핵, 대선 등 일련의 정치 사건은 1987년 헌법 체제가 시대적 요구를 더 이상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대통령과 협치하고 국민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국회 중심의 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이번 포럼은 단순한 담론을 넘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할 실질적 해법을 제시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