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어린이 고객 대상으로 VIP급 대우를 해주는 공간 기획과 브랜드 운영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통업계에서 영유아 자녀를 둔 가족 고객을 겨냥한 예스키즈존 확대 경쟁이 활발한 가운데,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공간 활용을 통해 패밀리 특화 점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 지하 1층 식품관 정중앙에 ‘키즈&패밀리’라는 새로운 공간을 약 100㎡(30평) 규모로 마련했다고 8일 밝혔다. 디자인과 설계의 초점을 아이와 부모 고객의 편의성 극대화에 맞춘 공간이다. 세부적으로 키즈&패밀리는 유모차 통과와 회전이 편하도록 좌석간 통로 간격이 최소 2.5m 이상으로 넓고 아기 의자 배치가 용이한 다목적 테이블, 유모차 주차공간 등을 갖췄다. 유아용 식기와 턱받이, 세면대를 포함해 이유식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등 조리기구가 구비됐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과 협업해 다양한 동화책과 완구로 구성한 별도 공간도 내부에 포함돼 있다. 단순한 유아휴게실을 넘어 식사와 놀이, 휴식까지 가능한 패밀리 복합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한 게 차별점이다. 무엇보다 식품관 중앙부에 키즈&패밀리 공간을 배치한 게 이례적이다. 백화점 식품관 내 가족 편의 시설은 주로 브랜드가 퇴점한 자리나 가장자리 유휴 공간에 위치시키는 게 일반적이지만, 판교점은 노른자 자리에 F&B 매장 2개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를 키즈&패밀리 공간에 할애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판교점 입지 및 고객 특성과 밀접하게 맞물려있다. 판교점은 성남시 분당구와 판교 신도시가 핵심 상권으로, 인근에 대규모 주거단지와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가 밀집해 있어 자녀 동반 가족 고객 유입이 활발하다. 올해 1~4월 기준 판교점 전체 매출에서 3040 패밀리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60.2%로, 현대백화점 전체 점포 평균인 31.4%의 약 2배다. 판교점이 패밀리 고객 공략에 힘을 싣는 이유다.
이같은 전략은 5층 매장 구성에서도 두드러진다. 패밀리 특화 층인 5층에는 2023년 디즈니 스토어에 이어 올해 2월에는 건담 베이스가 입점했다. 아이뿐만 아니라 자녀와 함께 온 3040세대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건담 베이스 입점 이후 판교점 주말 5층 방문객이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했다. 5층 매장중 레고스토어‧디즈니 스토어‧건담 베이스에서 구매한 3040 패밀리 고객 비중은 86.3%에 달한다.
5층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릴레이 팝업스토어’ 전략을 도입했다. 키즈 상품의 경우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한번 사서 오래 입힐 수도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트렌드 민감도가 특히 높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키즈 패션 트렌드를 주로 SNS상 인기 있는 브랜드로 확인하지만 오프라인 브랜드 경험 기회가 제한적이라 구매를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고객들을 위해 판교점은 한달에 최소 2개 이상 SNS 기반의 인기 키즈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유치한다는 원칙을 5층에 적용하고 있다. 브랜드별로 2주씩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보나츠‧콘크리트브레드‧얼스디아카이브‧호아따따‧무무즈 등 주요 브랜드의 단일 팝업 매출이 2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일반적인 백화점 아동복 매장 월평균 매출이 1억원 미만임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여기에 더해 판교점은 아이와 반려동물을 함께 키우는 가구가 많고 반려동물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5층에 프리미엄 펫 편집숍인 루이독 부티크를 입점시킨 것도 특징이다. 이밖에 회전목마, 현대어린이책미술관 등 현대백화점만의 이색적인 키즈용 시설들도 마련돼 있다.
특히 5층과 6층 2개층에 2,736㎡(약 828평) 규모로 자리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백화점 메인 타깃이 중장년층이라는 통념을 깨고 2015년 아이들을 위해 개관한 업계 최초 어린이 대상 미술관이다. 오픈 후 10년간 10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근거리는 물론 광역 상권의 어린이 고객들이 찾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앞으로도 어린이 고객을 위한 공간과 콘텐츠를 앞세워 자연스럽게 가족 단위 고객의 체류 시간 확대를 유도하고 패밀리 점포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실제 올해 1~4월 3040 패밀리 고객의 평균 체류 시간은 약 2시간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시간 30분 수준에서 30% 이상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과 상품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아이와 함께 오는 부모를 포함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판교점의 주요 전략”이라며 “가족 고객의 쇼핑 편의와 공간 경험을 중시하며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