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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CU 사태로 드러난 물류시스템 민낯

편의점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하루 두 차례 물류가 들어오고, 그 위에 도시락과 삼각김밥, 신선식품이 쌓인다. 이 같은 순환은 한 번만 어긋나도 매대는 금세 비고, 점포의 하루 매출은 그대로 흔들린다. 최근 CU(사명 BGF리테일)를 둘러싼 갈등은 그 ‘보이지 않던 연결 고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냈다.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면서 일부 점포에서는 상품 입고가 늦어지고, 아예 발주가 막히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영향을 받은 점포는 수천 곳에 이른다. 점주들은 하루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한다. 손님은 오는데 팔 물건이 부족한 상황, 그 부담은 계산대에 선 점주가 먼저 떠안는다.

 

결국 갈등은 운임과 노동 조건에서 출발했다. 화물연대는 운송료 현실화와 휴무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BGF로지스는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 큰 쟁점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다. 화물연대는 실질적 결정권이 있는 원청으로 BGF리테일을 지목하지만, 회사는 물류 구조상 직접 교섭 주체가 아니라며 선을 긋는다. 서로의 논리는 분명하지만, 접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갈등이 깊어지던 와중에 사고까지 겹쳤다. 지난 20일 진주 물류센터 앞에서 집회 도중 조합원이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후 현장은 단순한 협상 국면을 넘어섰다. 감정이 앞서기 시작하면 대화는 더 멀어진다. 실제로 교섭은 이어지고 있지만, 분위기가 쉽게 풀릴 조짐은 크지 않다.

 

이번 사태에서 눈에 띄는 건 ‘책임의 공백’이다. BGF리테일에서 시작해 물류 자회사, 지역 운송사, 개별 기사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각 주체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범위를 최소화한다. 그 결과 책임은 위로 올라가지 않고 아래로 떨어진다. 결국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흔들리는 쪽은 점주와 소비자다.

 

편의점 산업은 이미 촘촘하게 얽힌 구조 위에서 움직인다. 점포 수는 늘었지만 수익성은 갈수록 빠듯해졌고, 운영 부담은 점주에게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류까지 흔들리면 타격은 단순한 일시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적 책임을 가르는 논쟁만이 아니다. 물류는 멈출 수 없는 영역이고, 그 피해는 시간을 두고 분산되지 않는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곧바로 매출과 생계로 이어진다. 이번 CU 사태는 한 기업이나 노조의 문제가 아니다. 책임이 분산된 구조 속에서 정작 문제를 풀 주체가 흐릿해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부담은 이미 가장 아래에서부터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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