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026년 신년사를 통해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경영환경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독보적인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으로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 가자”며 기술 초격차 유지와 도전 문화 정착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정 회장은 올해 경영환경을 “그야말로 안갯속”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관세 확대 움직임에 따른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발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경쟁국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과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특히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으며, 조선 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다만 지난해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회장은 조선과 전력기기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그룹 실적이 개선됐고, 국내 기업 가운데 다섯 번째로 시가총액 100조원 클럽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최초로 선박 5000척 인도라는 기록 역시 HD현대의 기술력과 실행력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회장은 위기 돌파를 위한 첫 번째 해법으로 정 회장은 ‘독보적인 기술’을 꼽았다. 최근 인도한 선박의 연비가 중국 대비 20% 이상 뛰어나 고객사들이 시운전 과정에서 놀라워했고, HD건설기계의 차세대 신모델 역시 연비와 조작성에서 경쟁사를 앞서며 유럽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 우위는 영원하지 않다며, 현장에 실제 적용 가능한 혁신 기술을 통해 품질·성능·비용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미래 신사업에 대한 주문도 내놨다. 그는 AI, 자율운항, 연료전지, 전기추진, 배터리팩, 로봇, 소형모듈원자로(SMR), 해상풍력 등에서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상용화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이 제시한 두 번째 키워드는 ‘두려움 없는 도전’이다. 정 회장은 이를 준비 없는 무모함이 아닌, 가장 잘하는 것을 무기로 새로운 영역에 첫발을 내딛는 용기라고 정의했다. 과거 조선소 건설과 초대형 유조선 건조, 사우디 주베일 항만공사 사례를 언급하며, HD현대가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새로운 무대를 개척해 왔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2026년도 세 번째 키워드로 ‘건강한 조직’을 지목했다. 성과 창출과 함께 구성원이 몰입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이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잘한 일에 대한 인정, 명확한 목표 공유, 문제 발생 시 책임 공방보다 해법을 찾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저부터 먼저 듣고 소통하겠다”며 임직원들에게 조직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퓨처빌더’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안전을 그룹의 핵심 가치로 재차 강조하며,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혁신과 도전 역시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신년사는 위기 인식과 함께 기술·도전·조직 문화 전반에 걸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