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포옹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www.seoultimes.news/data/photos/20251044/art_17618935445961_6b1b57.jpg?iqs=0.19853751374445627)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AI 강자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반도체 제조 혁신의 새 장을 연다. 인공지능(AI)을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품질관리까지 전 공정에 접목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지능형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 미래형 제조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공식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의 지능화·자동화를 이끄는 *AI 기반 제조 혁신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밝혔다. 이번 AI 팩토리는 반도체 생산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통합 지능형 시스템이다. 설계·공정·장비·품질·운영 등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스스로 학습해 공정 최적화를 수행한다. 공정 중 발생할 수 있는 결함이나 장비 이상을 사전에 예측하고 자동으로 조정함으로써,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삼성은 향후 수년간 5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투입해 초대규모 AI 연산 인프라를 구축한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산업용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를 접목해 공장 전체를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제조 환경을 본격 가동한다. 이를 통해 설비 배치와 공정 흐름을 가상으로 검증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생산조건을 미리 도출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팩토리는 단순한 자동화 공장이 아닌,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개선하는 ‘생각하는 공장’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제조의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을 모두 끌어올릴 혁신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AI 팩토리 구축과 함께 엔비디아에 HBM3E, HBM4, GDDR7, SOCAMM2 등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공급하며 글로벌 AI 생태계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
HBM4는 1c(10나노급 6세대) D램 기반에 4나노 로직 공정을 적용, 국제 표준(8Gbps)을 크게 웃도는 11Gbps 이상 속도를 구현했다. 초고대역폭·저전력 특성을 바탕으로 AI 모델 학습과 추론 속도를 대폭 향상시켜, 엔비디아의 AI 플랫폼 성능을 극대화할 핵심 부품으로 평가된다. 현재 삼성은 글로벌 고객사들에 HBM3E를 공급 중이며, HBM4 샘플 출하도 완료했다. 고객사의 양산 일정에 맞춰 출하를 준비하면서, 급증하는 수요에 대비해 선제적 설비 투자를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또 세계 최초로 개발한 GDDR7 그래픽 D램과 차세대 저전력 모듈 SOCAMM2 공급도 추진하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확대해, AI 반도체 설계와 생산의 완성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일부 생산라인에서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활용해 AI 팩토리 기반을 구축해왔다.
대표적으로 ‘쿠리소(CuLitho)’와 ‘쿠다-X(CUDA-X)’ 플랫폼을 도입해 미세공정 단계의 회로 왜곡을 AI가 실시간으로 예측·보정한다. 그 결과, 공정 시뮬레이션 속도가 기존보다 20배 향상됐다. 설계 정확도와 개발 속도 역시 대폭 개선됐다.
또 공장 내 생산설비를 실시간 분석·제어하는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했으며,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활용해 ▲설비 이상 감지 ▲고장 예측 ▲생산 일정 최적화 등도 구현 중이다. 삼성은 향후 이러한 AI 팩토리 인프라와 노하우를 한국뿐 아니라 미국 테일러 공장 등 해외 주요 거점으로 확장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지능화와 효율화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AI 팩토리 프로젝트를 단순한 제조 혁신이 아닌 국가 제조 생태계의 AI 중심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팹리스, 장비, 소재 기업들과의 협력 범위를 확대해, AI 팩토리를 산업 전반의 기술 역량을 끌어올리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 엔비디아, 국내 EDA(전자설계자동화) 기업 등과 협력해 AI 기반 반도체 설계 도구를 공동 개발하고, 글로벌 AI 반도체 제조 표준을 선도한다. 삼성은 이미 ‘스마트공장 3.0’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AI·데이터 활용 스마트화 지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AI 팩토리 구축을 통해 이러한 혁신이 국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넘어 AI 모델, 로보틱스, 통신기술까지 협력 영역을 넓히며 차세대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의 자체 AI 모델은 엔비디아 GPU 기반 ‘메가트론’ 프레임워크로 개발돼, 실시간 번역·다국어 대화·요약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AI 팩토리에서 생성되는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실제 로봇 데이터를 결합해,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지능형 로봇 플랫폼도 구현중이다.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Jetson Thor)’ 플랫폼을 기반으로, 로봇의 AI 추론과 안전 제어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은 또 엔비디아, 국내 산·학·연과 함께 지능형 기지국(AI-RAN) 기술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I-RAN은 통신망에 AI를 융합해 로봇·드론·산업 자동화 장비 등 피지컬 AI가 네트워크 상에서 실시간 연산과 추론을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인연은 25년 전 그래픽카드용 D램 공급으로 시작됐다. 이후 양사는 파운드리와 AI 컴퓨팅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왔으며, 이번 ‘반도체 AI 팩토리’ 프로젝트를 통해 AI 반도체 동맹으로 진화했다. 삼성전자는 “25년간 쌓아온 기술 협력의 결실로, 업계 최고 수준의 AI 제조 플랫폼을 완성했다”며 “AI가 반도체를 설계·생산·운영하는 시대를 열어 글로벌 제조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