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소매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외투를 걸치기 시작했다. 가을비가 내리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일교차가 커진 날씨에 몸이 쉽게 움츠러든다. 기상청은 주말부터 아침 기온이 10도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 예보했는데,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이런 변화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시험에 들게 만든다.
면역력은 인체가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다.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세균과 바이러스뿐 아니라, 체내에서 스스로 생겨나는 독소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종합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기온이 불안정한 시기에는 몸속 균형이 흔들리고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다.
물론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이 면역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특히 아직 성장중인 어린이나 체력이 떨어진 노년층,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은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몸을 보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한방 보약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체력 저하와 면역 약화를 회복시키는 대표 처방으로 공진단과 경옥고를 꼽는다. 공진단은 한약재를 곱게 분말화해 환제로 만든 것으로, 피로 회복과 기력 보강에 널리 이용된다. 핵심 성분인 사향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고 뇌혈류를 개선하여 집중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고, 항산화 작용과 심혈관 보호 효과도 보고됐다.
함께 사용되는 녹용은 성장인자가 풍부하게 응축되어 있는 약재로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체내 면역세포 활성화에 기여하며 골밀도와 근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당귀가 혈류를 개선하고 산수유가 항산화, 항노화 작용을 한다. 이처럼 네 종류의 약재가 조화를 이루는 공진단은 과학적으로도 간 기능 강화와 피로 회복 그리고 면역력 증진, 중추신경계 보호 및 집중력 향상, 항노화 효과가 입증됐다.
경옥고는 인삼과 복령, 생지황 그리고 꿀을 배합해 중탕한 것으로 예로부터 무병장수를 위해 복용해 온 전통 보약이다. 인삼은 면역력을 키우고 피로를 개선하며 인지 기능을 향상시킨다. 복령은 위장을 편안히 하며 체내 수분대사를 원활히 한다. 또한 생지황은 전통적으로 음(陰)을 보하고 진액을 보충하는 약재로 알려져 있는데, 현대 연구에서 항산화와 항염증, 혈당 및 면역조절 효과가 보고됐다.
여기에 꿀을 더해 이 모든 성분이 부드럽게 조화되도록 한다. 이러한 경옥고는 항산화 및 노화 억제, 면역력 증진뿐 아니라 폐 기능 보강으로 만성 기침이나 가래에 탁월하며 미세먼지가 많거나 호흡기 건강이 약화되는 환절기에 주로 처방된다. 여기에 녹용을 추가해 생기와 활력을 한층 강화한 녹용 경옥고를 사용하는 일도 많다.
다만 아무리 명성이 높은 보약이라 해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체질과 소화력, 복용 중인 약물 등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전문 한의사의 진단과 지도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약재를 사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정품 약재 사용 여부와 정확한 함량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공진단이라면 사향의 함량이 충분한지, 경옥고라면 불필요한 첨가물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알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의 처방 아래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다.
<글 : 채온담한의원 임채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