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사이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각종 마라톤 대회 참가자 수가 급증하면서 국내 러닝 인구는 약 10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닝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짧은 시간에도 큰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지만, 부상 위험 또한 간과하기 어렵다. 특히 발목과 종아리, 아킬레스건은 러너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통증 부위로 꼽힌다.
러닝 중 발목 통증이 나타나는 가장 흔한 원인은 발목 염좌다. 발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발목 바깥쪽 인대가 손상되는데, 가볍게 넘기면 만성 발목 불안정증이나 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삐끗하는 습관이 생기면 평소 보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초기 치료와 재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아리 통증 역시 러너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달리던 중 ‘뚝’ 하는 느낌과 함께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비복근 파열을 의심해야 한다. 이는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면서 생기며, 부기와 멍이 동반되기도 한다. 아킬레스건이 손상된 경우 뒤꿈치를 들 수 없거나 계단 오르기가 어려워지며, 심하면 파열로 이어져 수술이 필요하다.
급성 외상 외에도 만성 질환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반복적인 달리기 동작으로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기는 아킬레스건염, 발바닥 근막이 손상돼 통증을 일으키는 족저근막염이 대표적이다. 이들 질환은 운동 후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아침 기상 직후 첫 발을 내디딜 때 통증이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러닝 인구가 늘수록 이러한 부상 사례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리한 훈련보다는 개인의 체력 수준에 맞는 운동 계획을 세우고, 부상 예방 습관을 생활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운동 전후 충분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은 근육과 힘줄의 유연성을 높여 부상 위험을 줄인다. 또한 발 모양과 보행 습관에 맞는 러닝화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격 흡수 기능이 좋은 신발은 무릎과 발목에 전달되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 통증이 발생했다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되며, 최근에는 체외충격파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이 방법은 고강도의 음파를 통증 부위에 전달해 염증을 완화하고 조직 재생을 촉진한다. 절개와 마취가 필요 없어 환자의 부담이 적고, 시술 시간이 짧아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아가 러너들이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관리법도 있다. 장시간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는 피하고,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또한 관절에 부담이 적은 수영, 실내 자전거와 같은 보조 운동을 병행하면 무릎과 발목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체중 관리가 관절 건강의 핵심인 만큼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부상 예방에 중요한 요소다.
러닝은 건강을 위한 좋은 운동이지만, 방심하면 발목•종아리•무릎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증은 단순 피로가 아닌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음을 기억하고, 작은 증상일 때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부상 없는 건강한 러닝을 즐길 수 있다.
<과천 서울베스트정형외과 김창영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