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코스피가 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주요 그룹사들의 시가총액도 연초 대비 급증했다. 한화는 160% 넘는 증가율로 30대 그룹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시총 100조 클럽’에 들어섰다. 미래에셋과 효성, 두산도 나란히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증시 훈풍을 이끌었다.
14일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30대 그룹 상장사 219개의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1월 2일과 9월 10일 종가 기준), 전체 시총은 1500조2219억원에서 2099조8306억원으로 40.0% 증가했다. 9개월 만에 무려 60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한국 증권 시장 전체 시총(코스피·코스닥·코넥스 포함)은 2307조3380억원에서 3139조7112억원으로 36.1% 늘었다. 3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65.0%에서 66.9%로, 1.9%포인트 올랐다. 영풍(30위)을 제외한 29개 그룹의 시총이 모두 증가했고, 삼성·SK 등 5곳을 빼면 25개 그룹의 순위가 바뀌었다.
증가율 1위는 한화였다. 시총이 44조8068억원에서 118조1583억원으로 163.7% 급증했다. 전통적으로 삼성·SK·현대차·LG 4대 그룹만이 100조원을 넘겼지만 한화가 마침내 그 문턱을 넘어 ‘100조 클럽’에 합류했다. 이는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한 사업구조 개편이 결정적이었다. 김 부회장은 2022년 방산 부문을 재편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출범시키고,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해양 방산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그 결과 한화오션은 그룹 주력사로 단숨에 부상하며 한미 합작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중심에도 섰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체 219개 상장사 중 시총 증가액 3위를, 한화오션은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하다.
증가율 2위는 미래에셋으로, 5조8826억원에서 14조7285억원으로 150.4% 뛰었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증가율만큼은 최상위권이다. 상법 개정 영향으로 증시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권주가 급등한 것이 직접적 배경이다. 주력사인 미래에셋증권 시총이 4조7000억원에서 12조9462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효성은 7조2596억원에서 17조4874억원으로 140.9% 늘며 3위를 기록했다. 무려 10조원이 넘는 증가분의 대부분은 효성중공업에서 나왔다. 효성중공업은 인공지능(AI) 보급 확산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 기대와 고수익 전력기기 수요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 시총이 3조7904억원에서 12조9891억원으로 9조 이상(242.7%) 불어났다.
두산은 원자력 모멘텀을 타고 4위에 올랐다. 26조1936억원이던 시총은 62조5537억원으로 138.8% 늘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 회사는 11조5685억원에서 40조991억원으로 246.6% 폭등하며 그룹 전체 시총 증가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LS는 12조3654억원에서 20조6857억원으로 67.3% 증가하며 5위에 자리했다. 주력사 LS일렉트릭이 5조2020억원에서 9조2550억원으로 77.9% 늘어 그룹 전체 시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AI와 전기차 확산에 따른 전력설비 수요 확대가 반영된 결과다.
HD현대는 79조2896억원에서 131조8215억원으로 66.3% 늘며 6위를 차지했다. 증가액만 52조원에 달해 금액만 놓고 보면 한화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HD현대중공업(25조6554억→44조7417억, 74.4%↑), HD한국조선해양(16조3486억→29조3355억, 79.4%↑), HD현대일렉트릭(14조6712억→20조1864억, 37.6%↑) 등 주력 3사가 모두 호조를 보였다. 특히 글로벌 조선업 호황과 방산 수주 확대에 힘입어 HD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이 각각 19조원, 13조원 넘게 시총을 불렸다. 이로써 HD현대 역시 한화와 함께 새롭게 ‘시총 10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시총 증가율 상위 6개 그룹 중 절반은 근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화는 김동관 부회장, 효성은 조현준 회장, HD현대는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는데 모두 그룹 가치가 급등했다. 일종의 ‘1차 성적표’를 잘 받아든 셈이다.
이들에 이어 SK그룹은 200조3384억원에서 319조6166억원으로 59.5% 증가해 7위에 올랐다. 농협은 5조20억원에서 7조8790억원으로 57.5% 늘며 8위, HMM은 15조5944억원에서 24조3447억원으로 56.1% 증가해 9위, 카카오는 34조4836억원에서 51조7434억원으로 50.1% 늘어 10위를 기록했다. 시총 규모 기준으로는 삼성이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삼성은 503조7408억원에서 674조9706억원으로 34.0% 늘며, 30대 그룹 전체 시총(2099조8306억원)의 약 32%를 차지했다.
SK는 2위를 지켰고, 3위와 4위는 순위가 뒤바뀌었다. 현대차가 135조1076억원에서 172조1879억원으로 27.4% 증가하며 LG를 제쳤다. LG는 141조3066억원에서 145조5088억원으로 3.0% 늘어나는 데 그쳐 4위로 밀려났다. HD현대는 5위 자리를 그대로 유지했고, 한화는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랐다.
반면 쿠팡은 한화의 선전에 밀려 6위에서 7위로 한계단 떨어졌다.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은 시총이 59조1822억원에서 80조9220억원으로 36.7% 늘며 100조 클럽을 추격중이다. 두산은 12위에서 8위로 네계단 상승했고, 카카오는 10위에서 9위로 올라섰다. 반면 포스코는 시총이 12.7% 증가한 47조3186억원으로 집계됐으나, 다른 그룹들의 가파른 성장사에 밀려 8위에서 10위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