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에틸렌 생산 3위 업체인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가격이 장중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천NCC는 최근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두 대주주의 긴급 자금 지원에 힘입어 디폴트 우려를 일단 완화했다. 여천NCC는 한화그룹의 한화솔루션과 DL그룹의 DL케미칼이 각각 지분 50%씩 보유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여천NCC의 회사채는 전일 대비 하락 마감했다, 하지만 이날 장중 저점 대비 수백~천 원대 가격이 회복되며 투자심리 개선이 감지됐다. 여천NCC78 회사채는 이날 장중 7120원까지 떨어졌으나 93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여천NCC84-1과 84-2 역시 저점 대비 각각 1989원, 1658원 가까이 반등했다.
이같은 반등은 한화솔루션이 지난달 말 1500억원을 긴급 대여한 데 이어, DL케미칼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여천NCC에 대한 자금 지원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DL그룹 모회사인 ㈜DL도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하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한화와 DL 대주주간 책임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DL은 한화가 여천NCC의 경쟁력 훼손과 자생력 저해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며, “DL은 여천NCC에 경쟁력 있는 원료 단가를 제공해 자생력을 키우려 했지만, 한화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만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화는 “DL이 25년간 여천NCC를 통해 2조 2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고도 1500억원 추가 지원을 거부해 부도 위기를 초래했다”며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DL 계열사가 여천NCC로부터 시장가보다 저렴하게 원료를 공급받아 1000억원 규모의 법인세 추징을 받았다”고 맞섰다. 한화는 이 같은 불공정 거래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고 강조하며, “시가 기반의 거래 원칙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금 지원 절차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 차는 뚜렷했다. DL은 “여천NCC가 3월에 보고한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설명이 거짓이거나 심각한 경영 부실이 있었다”며 “아무런 원인 분석 없이 반복적인 증자는 무책임한 ‘묻지마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화는 “DL이 추가 지원을 거부하고 있어 여천NCC 정상화를 위한 공동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여천NCC는 1999년 설립된 합작 회사다. 여천NCC는 최근 석유화학 경기 악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실적 부진, 전남 여수 3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유상증자와 대여를 통한 자금 투입이 실질적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두 대주주의 협력과 신속한 자금 집행 여부에 달려 있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원료 공급 계약과 관련한 추가 협상도 조만간 이어갈 예정이다. 한화는 “시장 원칙에 따른 공정한 계약 체결을 최우선으로 한다"며 "DL도 신속한 자금 지원과 정상화 노력을 함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