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3위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가 대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추가 자금 지원으로 당장의 부도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DL-한화' 양대 주주의 갈등과 구조적 산업 부진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근본적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L케미칼은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 이어 모회사 DL㈜도 DL케미칼에 대한 177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를 의결했다. 확보된 자금은 전액 여천NCC 정상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한화솔루션이 승인한 1500억원 지원에 이은 것이다.
양대 주주사가 총 3500억원의 ‘자금 수혈’에 나서면서 이달 21일까지 3100억원의 차입금과 원료비를 갚지 못하면 부도에 직면할 뻔했던 여천NCC는 일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여천NCC는 1999년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다.
여천NCC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연 229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한때 연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발 저가 공세,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적자가 이어졌다. 2022년 3477억원, 2023년 2402억원, 지난해 2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 때문에 여천NCC는일각으로 부터 '돈먹는 하마'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올해 3월에도 DL과 한화가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증자했다. 하지만 불과 석 달 만에 추가 자금이 고갈됐다. 이 과정에서 양대 주주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화는 “부도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선제 지원을 주장한 반면, DL은 원인 분석과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내가 만든 회사지만 신뢰가 안 간다”며 무작정 지원은 어렵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DL 측은 이번 증자 결정과 관련해 “대주주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되,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와 자생력 확보 방안을 TFT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무책임한 ‘묻지마 지원’이며, 주주와 시장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화가 여천NCC의 에틸렌을 자사에 불리한 가격으로 공급받도록 요구해왔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반면 DL은 “경쟁력 있는 단가로 거래해 자생력을 키우려 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자금 지원이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급한 불은 껐지만 공급 과잉과 산업 불황이 이어지는 한 회생은 장담할 수 없다”며 “정부가 규제 완화, 전기요금 대책 등 제도적 여건을 정비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의 ‘부도 위기’는 넘겼지만 여천NCC 앞에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하다. 원료 다양화, 설비 효율화, 구조조정과 같은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양대 주주 간 신뢰 회복과 경영 정상화 로드맵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