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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국 기업들, 베트남 전략 거점으로 시선 전환...“공장에서 파트너로”

AI·전력·배터리까지 확장…생산기지 넘어 산업 협력 구조 변화
한-베 포럼 계기 주요 기업 동시 진출…인프라·소비 시장 동시 공략
전력·인허가·투자 변수 여전…실행력 따라 성과 갈릴 듯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베트남 하노이 회의장을 나선 한국 기업 임원들의 손에는 업무협약(MOU) 서류가 들려 있었다. SK, 현대자동차, 포스코퓨처엠, 효성중공업, 한국전력, 대한전선, GS건설, 대우건설, 신세계, NH농협은행. 업종과 규모가 다른 기업들이 같은 날, 같은 도시에서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베트남을 바라보는 한국 기업들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2000년대 베트남 진출의 핵심은 ‘저임금 생산기지’였다. 삼성전자가 북부 박닌·타이응우옌에 공장을 세우면서 협력사들이 동반 진출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는 조립 생산 거점의 성격이 강했다. 최근엔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협력 분야를 보면 변화가 드러난다. AI 생태계, 데이터센터, 전력망 안정화, 초고압 케이블, 인조흑연 음극재, 자동차 기술 인력 양성, 스마트시티, 농업 디지털 금융 등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은 단순 생산을 넘어 기술과 인프라, 소비가 결합되는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세 가지 흐름으로 정리된다. 우선 전력 인프라다. 베트남은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송전망 확충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베트남전력공사와 전력망 안정화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대한전선은 초고압 케이블 생산기지 구축을 진행 중이다. 단순 공급을 넘어 운영 역량까지 결합하는 방식이다. 한국전력은 원전 개발 협력 가능성까지 검토하며 장기 에너지 협력 기반을 모색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도 움직임이 이어진다. SK는 응에안성 및 국가혁신센터와 AI 생태계 조성과 데이터센터 구축을 논의하고 있고, GS건설은 현지 IT 기업 FPT와 스마트시티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설 구축을 넘어 운영과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공급망 재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의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베트남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접근 방식이 다소 다르다. 현대자동차는 생산 확대보다는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베트남 정부, 한국국제협력단과 협력해 자동차 기술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산업 기반 구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비와 금융 시장을 겨냥한 전략 변화도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은 K-뷰티 브랜드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고, 롯데홈쇼핑은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농업 금융 플랫폼과 송금 서비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금융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나 인프라 중심과는 다른 축에서 시장 접근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다만 현재 발표된 협력의 상당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변수들이 존재한다. 전력 공급 안정성은 데이터센터와 제조 설비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며, 인허가 절차는 예측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투자 규모가 큰 인프라 사업은 회수 기간이 길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 가운데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착공 시점, 실행 계획이 명확히 제시된 사례는 제한적이다. 베트남 정부 역시 협력이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협력 과정에서 관련 조건이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전략 변화는 분명하다. 생산기지 중심에서 벗어나 전략 거점으로 접근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젊은 인구 구조와 빠른 도시화, 제조 기반, 디지털 수요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점이 이러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전략 변화가 곧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번 포럼에서 제시된 협력들이 실제 투자와 사업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향후 실행 단계에서 가늠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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