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과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특히 최근 급등세를 이어왔던 한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환율 상승, 채권금리 급등, 금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른바 ‘퍼펙트스톰’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98.37포인트(12.06%) 급락한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3.44% 하락한 5,592.59로 출발한 뒤 장 초반 5,672.12까지 반등하며 낙폭을 일부 줄이는 듯했지만 다시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낙폭이 8%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각각 오전 11시 16분과 19분에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다. 이후 거래가 재개된 뒤에도 하락세는 이어졌고 코스피는 낮 12시 36분께 장중 5,059.45까지 밀렸다. 유가증권시장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역대 7번째, 코스닥 시장은 11번째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종가가 6,244.13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이틀 만에 약 1,2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이날 기관 투자자는 5,794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729억원, 2,355억원을 순매수했다.
시장 불안은 변동성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장 대비 17.39포인트(27.61%) 급등한 80.37로 마감했으며 장중에는 80.85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컸던 2020년 3월 19일 기록(71.75)을 넘어선 수준이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 역시 하락세를 보였지만 한국 증시만큼의 낙폭은 아니었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3.61% 하락한 54,245.54에 거래를 마쳤고 대만 가권지수는 4.35% 내린 32,828.88로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0.98%, 0.53%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한국시간 기준 오후 4시 15분 현재 2.52% 떨어진 상태다.
외환시장에서도 충격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을 기록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 1월 20일 이후 약 43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장 초반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환율은 12.9원 상승한 1,479.0원으로 출발해 장중 한때 1,484.2원까지 치솟았으며 이후 상승폭을 일부 줄여 1,470원대에서 마감했다. 전날 야간 거래에서는 한때 1,500원을 넘기도 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시장 안정 가능성을 강조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회 회의에서 “대외 충격 요인이 빠르게 안정되면 환율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넘고 민간 외화자산까지 합하면 1조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이창용 총재 주재로 ‘중동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현재 금융 시스템의 외화 유동성은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채권시장에서도 금리가 상승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3bp 오른 연 3.223%를 기록했고 10년물 금리는 3.632%로 3.8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 금리도 각각 5.3bp, 2.8bp 상승했다.
이는 이란이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흥미로운 점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마저 하락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의 금 가격은 이날 2.44% 하락한 g당 24만3,110원으로 마감했다. 국제 금 선물 가격 역시 미국 코멕스(COMEX) 시장에서 3.5% 급락하며 온스당 5,12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정해창 연구원은 “중동 사태의 출구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이후에는 코스피 밸류에이션 매력과 기업 실적 모멘텀에 힘입어 점진적인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쟁이 전면전 성격으로 확대될 경우 시장 예측이 어려워지고 유가 상승은 경기 침체와 약세장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중국 역시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변동성이 이어졌다. 비트코인은 전날 9,7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가 이날 새벽 반등해 1억원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약 1억42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