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인사 지형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신규 CEO 평균 연령이 눈에 띄게 낮아졌고, 외부 영입보다 자사 출신을 중용하는 흐름이 강화됐다. 재무 중심에서 생산·기술 기반의 현장형 리더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점도 특징이다.
30일 리더스인덱스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6월부터 연말까지 인사가 단행된 2026년도 신임 CEO는 총 55명으로 집계됐다. 전년(57명)보다 소폭 줄었지만, 평균 연령은 57.7세로 2025년(59.8세) 대비 2.1세 낮아졌다. 50대 초반 CEO들이 전면에 등장하며 체감 연령이 한층 젊어졌다는 평가다.
연령 분포를 보면 1960년대생이 42명으로 여전히 다수를 차지했고, 1970년대생은 11명으로 뒤를 이었다. 1950년대생은 1명에 그쳤다. 최연소는 자동차 부품 제조사 HL클레무브의 이윤행(43) 사장으로, 신규 CEO 가운데 유일한 1980년대생이다. 다만 오너일가 특수성이 반영된 사례로, 일반적인 세대교체 흐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50대 초반 CEO로는 정지광(51) 미래에셋캐피탈 대표, 최진일(51) 이마트24 대표, 김정아(52) 이노션 사장 등이 있다. 최고령은 66세의 전영택 삼천리 사장으로, 이번 신규 선임 CEO 중 유일한 1950년대생이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키워드는 ‘내부 승진’이다. 신규 CEO 55명 가운데 52명(94.5%)이 자사 출신으로, 전년 대비 비중이 더 높아졌다. 외부 수혈보다 로열티와 검증을 중시하는 보수적 인사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대표 사례로 롯데쇼핑은 외부 영입 인사였던 김상현 부회장 대신 내부 출신 김원재 대표를 선임했다. LG화학도 3M 출신 신학철 부회장 후임으로 30년 가까이 재직한 김동춘 사장을 임명했다. KT 역시 외부 출신 CEO 후임으로 ‘정통 KT맨’을 낙점했다.
직무 전문성의 변화도 눈에 띈다. 재무 출신 CEO 비중은 28.1%에서 23.6%로 낮아진 반면, 생산·제조 부문 출신은 1.8%에서 10.9%로 크게 늘었다. 류재철 LG전자 사장, 김영식 SK에코플랜트 사장,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사장 등은 모두 이공계 기반의 현장형 기술 전문가다. 이들 대부분이 자사 출신이며 50대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학력에서는 ‘스카이(SKY)’ 선호가 이어졌지만, 한양대 출신이 늘어난 변화가 포착됐다. 2026년도 신규 CEO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와 한양대가 각각 7명으로 뒤를 이었다. 고려대 출신은 4명에 그쳤다.
여성 CEO는 1명에서 2명으로 증가했다. 수시 인사를 통해 선임된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과 현대차그룹 계열사 최초 여성 CEO인 김정아 이노션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한편 2026년 병오년을 맞아 말띠 신임 CEO는 3명으로, 모두 1966년생이다. 고정욱 롯데지주 사장, 김성수 SK브로드밴드 사장, 곽희필 ABL생명보험 사장이 해당한다. 500대 기업 전체로 보면 말띠 CEO는 총 43명으로 늘었다.

이중 내년 72세가 되는 말띠 CEO는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 유태호 태광산업 사장, 김영만 DB생명보험 사장 등이다. 40대 말띠 CEO는 7명으로 모두 오너일가 출신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 이우성 SGC에너지 사장, 지현욱 이지홀딩스 회장, 이병만 코스맥스 부회장 등이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