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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감기약 먹어도 한 달째 ‘콜록’… 12월 밤잠 설치게 하는 기침의 정체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매서운 칼바람에 거리는 온통 두꺼운 패딩을 입은 사람들로 붐빈다. 이맘때가 되면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고 난방기 사용으로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병원을 찾는 호흡기 환자가 급증한다.

 

대부분 콧물이나 가벼운 기침을 동반한 감기 증상을 보이지만, 개중에는 감기약이나 진해거담제를 복용해도 차도가 없이 수주째 기침이 멈추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만약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고,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져 잠을 설치는 지경이라면 단순 감기가 아닌 ‘만성기침’을 의심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기침은 우리 몸의 방어 기제 중 하나로, 기도에 들어온 이물질이나 분비물을 밖으로 배출하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보통 감기나 독감 등 바이러스성 감염에 의한 기침은 2주, 길어도 3주 이내에 잦아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기간을 넘어 8주 이상(소아는 4주 이상) 기침이 계속된다면 의학적으로 ‘만성기침’으로 분류한다. 12월의 차고 건조한 공기는 기관지 점막을 메마르게 하여 더욱 예민하게 만드는데, 이때 만성기침을 방치하면 기관지 점막 상처가 깊어지고 염증이 악화하여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로감과 두통, 심하면 흉통이나 늑골 골절까지 유발할 수 있다.

 

만성기침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상기도 기침 증후군(후비루), 천식, 위식도 역류질환 등이 대표적이며, 흡연자의 경우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 원인일 수 있다. 특히 흡연은 기관지 점막을 직접적으로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고 기침을 만성적으로 고착화시키는 주범인 만큼, 증상 완화와 치료를 위해서는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만성기침 환자들의 경우 이미 기관지와 폐 기능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 외부 세균 침입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약해진 폐에 세균이 침투하면 단순 기침이 ‘폐렴’이라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낮은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에게 겨울철 폐렴은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 된다.

 

따라서 만성기침으로 진단받았거나 호흡기 건강이 우려되는 경우, 원인 치료와 더불어 폐 합병증을 막기 위한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폐렴구균 예방접종이다. 폐렴구균은 폐렴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균으로, 최근에는 예방 범위가 획기적으로 넓어진 차세대 백신 ‘프리베나20(Prevnar 20)’이 도입되어 호흡기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프리베나20은 기존 13가 백신에 7가지 혈청형을 추가해 총 20가지의 폐렴구균을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국내 성인 폐렴구균 감염의 주요 원인을 더 폭넓게 커버한다는 의미로, 만성기침으로 고생하거나 폐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에게 더욱 촘촘한 예방 효과를 제공한다. 한번 손상된 폐는 회복이 더디기 때문에, 기침이 오래가는 환자일수록 의료진과 상의하여 최신 백신 접종을 통해 폐렴으로의 악화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12월의 건조한 환경은 기침을 유발하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감기약으로 버티다 치료 시기를 놓쳐 폐 기능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다. 3주 이상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호흡기내과를 찾아 기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하며, 특히 만성 호흡기 질환 위험군이라면 예방 범위가 넓은 프리베나 20 접종 등을 통해 폐 건강을 지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겨울철 만성기침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50~60%로 유지하고, 수시로 따뜻한 물을 마셔 기관지를 촉촉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찬 공기가 폐에 직접 들어가지 않도록 외출 시에는 마스크와 스카프를 착용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멈추지 않는 기침은 몸이 보내는 구조신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천우리병원 이재경 과장(호흡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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