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http://www.seoultimes.news/data/photos/20251042/art_17605866553298_e5ce8e.jpg?iqs=0.3215230702638159)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3800억 원을 지급하라고 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산분할의 근거로 제시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을 불법 자금으로 판단해,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 금전 지원은 뇌물에서 비롯된 불법 자금으로, 재산 형성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원심을 일부 파기했다. 다만 위자료 20억 원은 그대로 확정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이 SK의 전신인 선경그룹에 제공한 300억 원이 ‘부부 공동재산의 형성에 기여했는가’였다. 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중 받은 뇌물을 사돈 관계인 최종현 회장에게 제공한 것은 반사회적·반윤리적 행위로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며 “불법 자금에서 비롯된 이익은 정당한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이 주장한 ‘부친의 지원이 SK그룹 성장의 기초가 됐다’는 항소심 판단은 효력을 잃게 됐다. 대법원은 “피고(노 관장)가 직접 뇌물의 반환을 구하지 않고 재산분할의 기여로 주장하더라도, 그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법원은 “혼인관계 파탄 이후 한쪽이 부부공동재산과 관련된 자산을 처분했다면, 그 시점에 존재하지 않는 재산은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새 법리를 제시했다. 이는 최 회장이 2018년 친인척에게 증여한 약 9220억 원 상당의 재산 등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미다.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보고 재산분할금 1조3808억 원과 위자료 20억 원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은 판단이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 금지)에 어긋난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최 회장이 실제로 부담해야 할 재산분할액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불법 자금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미 처분된 주식 등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 존재를 공개하며 노 관장과의 결혼생활이 사실상 파탄 났음을 밝혔다.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키겠다”고 했으나 2019년 맞소송을 제기하며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진 이 소송은 국내 재산분할 사상 최대 규모로 ‘세기의 이혼’이라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