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http://www.seoultimes.news/data/photos/20250939/art_17588701945152_a0b531.jpg?iqs=0.6293824207561389)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3.9% 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26일 3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금융노조는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이번 투쟁을 통해 금융권에서 다시 한 번 근로시간 단축의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참여율이 저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노조는 당초 전체 조합원 8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수천명 수준에 그쳤다. 경찰 추산 현장 집회 인원은 80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의 신고 인원 3만명에 크게 못미친 수준이다. 특히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총 300여명만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은 노조 지부 차원에서 불참을 선언해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고, 다른 은행들도 대부분 노조 전담 직원 중심으로만 참가해 일반 직원의 참여율은 거의 ‘0’에 가까웠다.
이날 금융노조가 내세운 핵심 요구는 주 4.5일제 시범 도입이다. 현재 평일 오전 9시~오후 4시까지인 영업점 근무시간을 월~목요일 오후 4시30분까지 늘리는 대신 금요일은 오전까지만 근무하는 방식이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저출생, 지방 소멸, 번아웃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며 “2002년 주 5일제를 쟁취했듯 금융권에서 다시 한 번 근로시간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파업 명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은행권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데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 평균 급여가 삼성전자·현대차보다 높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고액 연봉자들의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전국 모든 영업점은 정상 운영돼 소비자 불편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파업이 실질적 압박보다는 상징적 행동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용자 측은 여전히 주 4.5일제를 교섭 의제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임금 인상률 역시 사측 2.4%, 노조 3.9% 제시안을 놓고 이견이 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굳이 파업까지 해야 하는지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많았다”며 “실질적 참여율이 낮아 경영계에 미치는 압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파업을 계기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해 주 4.5일제의 필요성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저조한 참여율이 향후 교섭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002년 주 5일제 도입처럼 금융권이 ‘근로시간 단축의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