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러닝이 대중적인 운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말마다 공원이나 도심 러닝 코스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운동 인구 증가와 함께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덩달아 늘고 있다. 특히 달리기 후 무릎 바깥쪽이나 안쪽에 반복적으로 통증이 발생한다면 ‘장경인대증후군’ 또는 ‘거위발건염’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장경인대증후군은 골반에서 시작해 허벅지 바깥을 따라 무릎 외측까지 이어지는 두꺼운 섬유띠인 장경인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장경인대는 무릎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구조물로, 러닝이나 자전거 타기처럼 무릎 굴곡과 신전이 반복되는 활동에서 대퇴골 외측과 마찰이 심해져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갑작스러운 운동량 증가나 내리막길, 경사진 길에서의 달리기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증상 초기에는 운동 시에만 통증이 나타나지만, 진행되면 걷기나 계단 이용만으로도 불편함을 겪게 된다.
반면, 무릎 안쪽의 지속적인 통증은 거위발건염을 의심할 수 있다. 거위발건은 허벅지 안쪽 근육 세 개의 힘줄이 정강이뼈 윗부분 안쪽에 붙어 있는 부위로, 이 주변의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면 통증과 붓기, 열감이 동반된다. 방향 전환이 잦은 구기 종목, 장시간 무릎을 구부린 자세, 또는 러닝 중 불균형한 착지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비만, 퇴행성 관절염, 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발병 위험이 더 크다.
이 두 질환은 대부분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이 가능하다. 냉•온찜질, 스트레칭,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으로 염증을 완화하고 통증을 줄일 수 있으며, 필요 시 체외충격파 치료나 주사치료가 병행되기도 한다. 체외충격파는 통증 부위에 고강도의 충격파를 전달해 혈류를 촉진하고 염증 물질을 제거하며, 손상된 조직의 재생을 돕는다.
체외충격파 치료의 장점은 시술 시간이 10~15분 내외로 짧고, 마취나 절개가 필요 없어 일상 복귀가 빠르다는 점이다. 또한 약물 복용에 부담이 있는 환자나 기존 물리치료로 호전이 없던 경우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다. 치료와 함께 스트레칭, 근육 강화 운동을 병행하면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 전후로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수다. 대퇴사두근, 햄스트링, 둔근 등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관절의 안정성이 높아져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러닝 시에는 충격 흡수가 좋은 러닝화를 착용하고, 딱딱한 아스팔트보다는 흙길이나 탄력 트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주 1~2회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무릎 관절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장경인대증후군과 거위발건염은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한 무릎 질환이지만, 조기 대처만으로도 충분히 예방•치료가 가능하다. 달리기 중이나 이후 나타나는 작은 불편함이라도 간과하지 말고,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에 귀 기울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꾸준한 준비 운동과 적절한 강도의 러닝 습관이야말로 부상 없는 건강한 운동 생활의 첫걸음이다.
<망원 마포척척통증의학과 이준성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