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92개 그룹이 다른 국가에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올해 기준으로 6360곳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에 세운 해외계열사만 26% 이상 차지해 가장 많았다. 특히 미국에 세운 회사는 늘리는 반면 중국(홍콩 포함)에 둔 계열사는 줄이는 흐름이 몇년째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집단 중에서는 한화그룹이 운영중인 해외법인 숫자가 올해 기준 830곳을 넘겨 가장 많았다. 다음은 SK와 삼성도 500곳 이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화를 비롯해 SK와 CJ는 미국에 설립한 해외법인 숫자만 100곳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삼성은 최근 1년 새 해외법인을 소폭 늘린 반면 SK는 다소 줄여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5년 국내 92개 그룹 해외계열사 현황 분석’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한 92개 대기업집단(그룹)이다. 해외계열사는 각 그룹이 올해 공정위에 보고한 자료를 참고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92개 그룹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해외계열사는 131개국에 걸쳐 6362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공정위 지정 대기업집단에서 운영중인 6166곳보다 1년새 200여 곳 많아진 숫자다. 올해 92개 그룹의 국내 계열사 숫자는 3301곳이다. 해외법인은 국내법인 숫자보다 3061곳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조사된 그룹중 한화가 833곳으로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 그룹의 해외법인은 2021년 447곳→2022년 637곳→2023년 739곳→2024년 824곳으로 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9곳 더 많아져 해외법인만 830곳을 훌쩍 넘겼다. 국내 그룹중 한화가 2022년부터 4년 연속으로 가장 많은 해외계열사를 운영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화 다음으로 해외 계열사가 많은 그룹은 SK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파악된 SK그룹의 해외법인 숫자는 618곳이다. 이는 작년 638곳과 비교하면 1년 새 20곳 줄어든 숫자다. SK그룹의 해외법인은 2018년 316곳이다. 2024년까지 해외계열사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는 증가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국내 법인과 함께 해외 계열사도 조금씩 줄여나가는 모양새다.
삼성은 올해 기준 574곳으로 한화, SK 다음으로 세 번째로 해외법인을 많이 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국내 그룹 중 가장 많은 해외계열사를 운영했다. 2022년부터 해외법인 최다 보유 그룹 타이틀을 반납했다.
삼성은 지난 2018년만 해도 663곳이나 되는 해외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후 2019년(626곳)→2020년(608곳)→2021년(594곳)→2022년(575곳)→2023년(566곳)→2024년(563곳)까지 지속적으로 해외법인을 조금씩 줄였다. 그러다 최근 1년 새 11곳 정도의 해외법인을 더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2018년 이후로 7년 만에 해외법인 숫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화, SK, 삼성 다음으로 ▲현대차(450곳) ▲CJ(411곳) ▲LG(294곳) ▲롯데(202곳) ▲GS(177곳) ▲포스코(143곳) ▲OCI(123곳) ▲한국앤컴퍼니(120곳) ▲미래에셋(118곳) ▲네이버(104곳) 순으로 올해 파악된 그룹별 해외법인 숫자만 100곳 이상됐다.
해외법인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올해 기준으로 미국(美國)에 세운 법인 숫자만 1673곳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된 1590곳보다 1년새 83곳 늘어난 숫자다. 매년 대기업집단 전체 해외 계열사 중 미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8.8%→2022년 22.1%→2023년 23.2%→2023년 25.8%로 증가했다. 올해는 26.3%로 미국 법인 비중이 1년 전보다 0.5%포인트 더 높아졌다.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중요한 사업 무대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미국 다음으로 홍콩을 제외한 중국(中國)에는 808곳이나 되는 해외법인을 올해 운영중이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작년 대비 올해 대기업집단에 있는 전체 해외법인 숫자는 200여 곳 증가했다. 중국 법인은 1년새 19곳 줄었다. 매년 그룹 전체 해외법인중 중국(홍콩 제외)에 설립된 해외계열사 비중도 2022년 15.9%→2023년 14.9%→2024년 13.4%로 줄었다. 올해 조사에서는 12.7%로 더 낮아졌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대기업들은 미국 법인은 점점 늘리고 중국 법인은 조금씩 줄여나가는 양상이다.
올해 조사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외국에 법인을 많이 세운 나라는 베트남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에 세운 국내 그룹의 해외 계열사 수는 2022년 268곳→2023년 299곳→2024년 314곳→2025년 325곳으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 거점과 동시에 동남아시아 시장 등을 공략하는 중요한 글로벌 사업의 전략적 요충지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어 ▲싱가포르 238곳 ▲일본 224곳 ▲인도네시아 203곳 ▲프랑스 194곳 ▲인도 175곳 ▲독일 162곳 ▲홍콩 150곳 순으로 해외법인 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싱가포르에 세운 해외법인이 일본보다 많아진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아시아의 금융허브 도시로 싱가포르가 홍콩보다 더 매력적이라 것이 국내 해외계열사 현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지난 2021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대기업이 싱가포르(167곳)와 홍콩(163곳)에 세운 해외법인 숫자는 비슷했다. 그러던 것이 올해 조사에서는 싱가포르에 세운 해외법인이 홍콩보다 88곳이나 눈에 띄게 많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달라진 흐름이다.
지난 2021년만 하더라도 홍콩을 포함한 전체 중국 법인 숫자는 1037곳으로 미국에 둔 해외계열사보다 152곳 많았었다. 그러던 것이 2022년에 미국 법인(1169곳)이 홍콩을 포함한 전체 중국 법인(994곳)보다 175곳 많아지며 역전됐었다. 이후 2023년(322곳)과 2024년(622곳)에는 미국 법인이 중국(홍콩 포함) 법인보다 많아졌고, 올해 조사에서는 715곳이나 차이를 보였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향후 미국의 관세 여파 등으로 국내 대기업 중 미국에 해외법인을 신규 설립하려는 경향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이외 다른 국가에 세운 법인들도 해외법인의 전략 자산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