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홈플러스가 기습적인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납품업체와 입점업체, 금융권과 채권투자자, 리츠투자자 등 피해자들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홈플러스 근로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대금 정산이 지연으로 인해 농축산업 단체로 피해가 확대되자 농가와 조합들이 정부를 상대로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2개 농축산단체로 구성된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농축산업계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피해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유가공 조합·업체의 경우 홈플러스로부터 40억~100억원의 납품 대금을 정산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농축산물 판매 대금 등 상거래채권은 지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연합회는 “홈플러스의 대금 정산이 계속 지연되면서 일선 농협, 영농조합, 유가공조합 등 신식품인 농축산물을 유통해야 하는 농축산업계는 충격에 빠져있다”며 “농축산업계의 피해를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2000억원에 육박하는 농협경제지주 도매부의 홈플러스 납품 차질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회생을 기습적으로 신청한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이하 MBK)를 향한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MBK 김광일 부회장과 증인 출석을 거부한 김병주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됐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주관사를 맡으며 차입금 약 1조1100억원을 제공했다. MBK는 경영권 인수 시도중인 고려아연에도 차입매수(LBO)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박희승·정진욱 의원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열고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NH투자증권 자금이 동원되는 점을 비판했던 것.
이들 의원은 "농민들의 자금을 기반으로 한 NH투자증권이 주요 자금원으로 특히 단기성 투기자금으로 등장했다는 데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다는 존립 목적을 가진 농협과 NH투자증권이 투기 자본과 결탁해 대한민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이고, 향토 기업을 죽이고, 이차전지 등 미래 산업의 발목을 잡는 일에 협력한다는 사실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한 언론사를 통해 "회사는 단지 공개매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으로 사안의 성격 등에 관해서는 중립적"이라며, "차입금은 브릿지론으로 부동산 PF, 주식 공개매수 등에서 차후 상황 변화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으로, 이는 금융업계에서 아주 일반적인 차입 형태"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이 제공한 브릿지론에 더해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까지 인수하면 차입금이 늘어나 결국 자금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정치권과 업계에선 또 다른 차입매수에 나선 MBK에 의해 고려아연이 제2의 홈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에 적용한 방식으로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핵심 사업 분할과 자산 매각에 따른 기업 경쟁력이 악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