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척추 질환 치료의 흐름은 뚜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절개식 수술에서 ‘내시경 수술’로, 그리고 ‘양방향 내시경 수술’로.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수술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환자의 회복과 삶의 질을 크게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과거 척추 수술은 피부 절개를 통해 병변 부위까지 직접 접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 과정에서는 피부 절개 → 근육•인대 견인 → 병변 제거라는 절차를 따라야 했다. 그만큼 수술 부위 주변 조직의 손상이 불가피했던 것. 특히 견인을 위해 근육을 강하게 벌리면, 그 자체로 혈액순환 저하와 통증, 조직 위축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중 출혈량도 많은 편이었고, 절개 부위가 외부에 노출되면서 감염 위험 역시 늘 따라붙었다.
반면, 최근 활용되고 있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약 1cm 정도의 미세 절개만으로 병변을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다. 수술은 두 개의 포털(portal)을 통해 진행한다. 하나는 내시경이 들어가 시야를 확보한다. 다른 하나는 수술 기구가 삽입되어 병변을 제거한다. 내시경은 고화질 화면으로 수술 부위를 최대 8배까지 확대하여 실시간 관찰할 수 있다. 그 정밀도는 기존 현미경 수술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이 수술의 핵심은 근육이나 인대를 절개하지 않고, 근육과 근육 사이의 틈을 따라 접근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환자는 수술 중 출혈이 줄고, 회복도 빠르며, 통증이 획기적으로 감소한다. 특히 내시경 수술은 수압을 이용해 수술 부위의 출혈을 억제한다. 순환시킨 멸균수로 감염 위험도 낮춘다. 봉합 과정에서도 절개 부위가 작기 때문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수술 다음날 바로 보행 등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도 많다.
즉,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절개식 수술의 대안이 아니라, 환자의 회복을 앞당기고 수술 후 삶의 질을 유지시켜주는 진화된 치료법인 것이다. 특히 고령자, 만성질환자처럼 수술 부담이 큰 환자들에게는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근에는 단순 디스크 제거나 협착 감압뿐 아니라, 척추 유합술까지 내시경으로 시행하는 고난도 수술 기법도 가능해졌다. 기존 유합술은 반드시 절개를 동반했고, 나사 고정을 위해 긴 수술을 감수해야 했다. 출혈량도 많아 거의 대부분의 경우 수혈이 필요했다. 그러나 ‘내시경 유합술’은 최소 침습으로 감압과 유합을 함께 진행한다. 그래서 조직 손상이 획기적으로 줄었고, 출혈량도 수혈이 필요 없을 정도로 최소화했다.
목 디스크(경추 디스크) 수술에도 내시경은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기존에는 목 앞쪽을 절개해 인공디스크를 삽입하는 유합술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디스크가 후방 또는 측방으로 돌출된 경우에는 후방으로 접근하는 내시경 수술법을 활용해 유합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수술 시간이 단축되고, 입원 기간과 보조기 착용 기간도 줄었다. 환자의 일상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 치료 후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
의학은 언제나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그 중에서도 척추 수술 분야는 수십 년간 절개와 출혈, 긴 회복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그 진화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절개 없이, 최소한의 손상으로, 더 정밀하고 안전하게. 이는 단지 기술적인 변화가 아니라, 환자의 삶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수술 후 통증을 최소화하고, 회복 속도를 앞당기며,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이 기술은 ‘꼭 수술해야 하나요?’라는 두려운 질문에 ‘생각보다 빠르고 가볍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라는 희망의 답을 전하고 있다.
<조인트힐병원 유정수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