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가 확산되는 가운데 사모펀드에 인수된 기업들이 경영권 악화와 투자 축소, 노사갈등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카드 노동조합은 최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카드의 노사 갈등은 대주주 MBK가 내세운 경영진이 업황 악화을 이유로 긴축경영에 돌입하면서 촉발했다. 롯데카드가 MBK에 인수된 뒤 임직원간 불평등한 처우로 불만이 쌓였다는 게 노조측 설명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이후 임원 수와 임원 1인당 평균 급여는 20% 넘게 늘었지만 직원 평균 급여는 신용카드업계 최하위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가 롯데카드의 경영 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카드에 대한 단기 매각 추진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MBK는 롯데카드 인수 3년만인 지난 2022년 첫 매각을 시도했지만 높은 몸값 탓에 입찰이 불발됐다. 이후 매각 시도를 지속하는 동안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이런 가운데 실적과 자산 건전성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올해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62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9.5% 감소하는 등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그간 MBK 인수한 기업의 경우 경영이 악화하고 노사 갈등이 고조된 사례가 적지 않다. 딜라이브, BHC, 홈플러스 등에서 불거졌던 실적 악화와 고용 불안정 문제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가 기업 인수 당시에는 고용 안정을 약속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지적도 받았다. 지난 2015년 인수한 홈플러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직원들의 실업 문제가 제기되자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강제적 인력 감축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직접적 해고는 없었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직원들이 제 발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는 것.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2020년 통합부서 제도 도입에 따른 업무과중 현상, 담당업무 변경, 시설투자 감소 등으로 인한 열악한 근무환경이 문제로 지적됐다.

또 시설 투자를 줄이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많아지고 이같은 인력 과잉을 이유로 직원들의 퇴사를 유도하는 듯한 경우도 발생했다. 최근 MBK가 '적대적 M&A'를 시도중인 고려아연 내부에서도 임직원들의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비철금속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잃는 것은 물론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내몰릴 수 있다는 강한 불안감 때문이다. 앞서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 인력들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MBK가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전원 퇴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MBK의 경영능력을 의심케 하는 과거 투자 실패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인수한 기술중심 기업 영화엔지니어링을 인수 7년 만에 법정관리에 이르게 한 후 헐값에 매각한 사례다.  IB업계에 따르면 영화엔지니어링은 MBK가 인수할 당시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 6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기술력 우수 기업이었다.

이 회사는 2000년 이후 연평균 42%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158억원이던 매출이 2008년 2600억원까지 급성장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MBK가 인수 후 기업 경쟁력은 급락했다. 당시 업황 문제도 있었지만, MBK의 경영 통제 아래 기술력 강화를 통한 중장기적 경쟁력 확보 대신 투자금 배당 및 회수를 위해 단기 실적에 치중한데 따른 후유증이란 지적이 많았있다.

영화엔지니어링은 인수 5년째인 2013년 큰 적자를 기록하던중 이듬해 3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와 자율협약을 체결했고 그 뒤 임직원의 70% 가량을 감원했더. 또 2016년 3월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영화엔지니어링은 이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뒤 2017년 496억원에 다시 매각됐다. MBK의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가 성공적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의 경우 핵심 인력 이탈이 발생하고, 이후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단기 실적과 비용 절감에 매몰되고 엑시트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업을 장기적 경쟁력이 추락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