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화장품 업계의 경쟁 구도가 지난 5년 사이 구조적으로 재편됐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주요 4개 기업의 실적을 비교하면 단순한 순위 경쟁이 아니라 성장 방식 자체가 달라지며 기업 간 격차가 새롭게 형성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전통 강자는 외부 변수에 흔들리며 조정을 겪었고, 신흥 기업은 유통 구조 변화에 올라타며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21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보고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에이피알 등 화장품 4개사의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영업실적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하락 이후 반등에 성공한 대표 사례다. 매출은 2021년 4조8631억원에서 2023년 3조6739억원까지 줄며 약 24% 감소했지만, 2025년에는 4조2528억원으로 회복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3433억원에서 1081억원으로 급감한 뒤 3358억원으로 반등했다. 면세 채널 의존도가 높았던 구조에서 벗어나 북미와 동남아 중심으로 매출 비중을 재편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정 국가에 집중됐던 매출 구조를 분산한 점이 실적 회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은 여전히 매출 규모에서는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매출은 2021년 8조915억원에서 2025년 6조3555억원으로 약 21% 줄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조2896억원에서 1707억원으로 80% 이상 감소했다. 과거 고가 브랜드와 면세 채널 중심 전략이 중국 소비 둔화와 맞물리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진행 중이지만 과거 수준의 수익성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많다.
애경산업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매출은 2021년 5739억원에서 2025년 6545억원으로 약 1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3년 619억원에서 2025년 211억원으로 줄며 수익성이 약화됐다. 외형 확대보다는 비용 관리 중심 전략을 유지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이익 감소까지 겹치면서 향후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는다. 시장 내 위치는 유지하고 있지만 공격적인 확장 국면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가장 큰 변화는 에이피알에서 나타났다. 매출은 2021년 2591억원에서 2025년 1조5273억원으로 약 6배 증가했다. 연평균 성장률로 환산하면 55%를 웃도는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142억원에서 3655억원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큰 폭으로 개선되며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온라인 중심 판매 구조와 인플루언서 기반 마케팅이 결합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오프라인·면세 채널 중심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성장 경로를 보여준 셈이다.
이들 4개 기업의 실적을 종합하면 단순한 ‘순위 경쟁’보다 ‘격차 재편’이 핵심이다. 2021년에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시장을 양분하는 구조였다면, 2025년에는 에이피알이 매출 1조원대에 진입하며 중견 기업군을 빠르게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동시에 전통 기업 간 매출 격차는 축소되고 수익성 격차는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화장품 산업 구조 역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면세점과 백화점 중심 유통망이 핵심 채널이었지만, 최근에는 자사몰과 글로벌 이커머스, 소셜미디어 기반 판매가 성과를 좌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또 중국 중심 성장 전략이 흔들리면서 북미·동남아 등으로 시장을 분산하는 움직임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브랜드 인지도보다 유통 구조와 비용 효율이 실적을 좌우하는 단계로 넘어왔다”며 “디지털 채널 대응 속도와 글로벌 시장 다변화 여부에 따라 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