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데이터] 올해 상반기 73개 그룹 자사주 42조원 규모 소각

  • 등록 2026.04.21 11: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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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전년 3배…소각 결정 기업 60곳으로 확대
상위 2개사 64% 집중…‘대형사 주도형’ 구조 뚜렷
지배력까지 흔들었다…소각이 촉발한 지배구조 재편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올해 상반기 대기업들의 자사주 소각이 단기간에 급증했다.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기업 자본 운영 방식 자체가 변화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자사주를 전략적 보유 자산으로 축적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소각을 통해 자본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공시대상기업집단 73개 그룹(339개 상장사)을 분석한 결과, 올해 1~3월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은 60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상장사의 약 18% 수준이다. 소각 금액은 42조520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13조2850억원)를 3개월 만에 넘어섰다. 증가율은 220%를 상회한다.

 

이 같은 변화는 제도 개편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개정된 상법은 자사주 보유에 일정 시한을 부여해 신규 취득 물량은 1년, 기존 보유 물량은 1년 6개월 내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예외는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이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기보다 일정 기간 내 처리해야 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과거 자사주는 주가 방어, 경영권 안정, 임직원 보상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전략 자산으로 여겨졌다. 일부 기업은 발행 주식의 20%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이 주주가치 희석 수단으로 비판받으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졌고, 이번 개정으로 보유 전략에 제약이 생긴 상황이다.

 

실제 소각 규모는 일부 대형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14조8994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가 12조24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기업의 합계는 27조1394억원으로 전체의 63.8%를 차지했다. 참여 기업 수는 60곳에 달하지만, 소각 규모는 상위 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자사주 소각이 시장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되기보다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머지 기업들의 소각 규모를 합산해도 15조원 수준에 그쳐, 시장 방향성을 주도하는 주체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유 구조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SK는 보통주 기준 자사주 비율이 24.8%로 가장 높았고, 태광산업과 롯데지주, 미래에셋생명 등도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과거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축적해온 곳들로, 제도 변화에 따른 대응 압박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천리는 최근 3개월 사이 자사주 비율이 15.56%에서 5.59%로 9.9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의무 이행을 넘어 선제적으로 물량을 줄인 사례로 해석된다. 자사주 비율이 높을수록 시장에서 잠재적 매물 부담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일부 기업은 자사주를 추가 취득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크래프톤, 하이브 등은 같은 기간 자사주 보유 비율이 소폭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보유 비율이 낮거나 단기 활용 목적이 있는 경우, 제도 영향이 제한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소각은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면 기존 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변동하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은 총수 일가 지배력이 78.94%에서 54.53%로 24.41%포인트 낮아졌고, SK 역시 50.21%에서 31.87%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도 소각 이후 특수관계인 지분이 20%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정책을 넘어 지배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기업들은 소각 시기와 규모를 자본 효율성과 함께 지배구조 전략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성미 기자 hherli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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