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게임 ‘로스트아크’ 개발사 스마일게이트RPG와 투자사 라이노스자산운용 간 기업공개(IPO) 관련 분쟁이 항소심으로 이어져 주목된다. 1심에서 법원이 상장 추진 의무 위반을 인정하면서, 이미 발생한 계약상 의무를 사후 회계처리로 번복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쟁점이 부각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스마일게이트RPG는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재판부는 미래에셋증권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형식상 원고는 미래에셋증권이지만, 실질적인 투자 주체는 2017년 약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에 투자한 라이노스자산운용으로 알려졌다.
분쟁의 출발점은 투자 계약에 포함된 상장 조건이다. 양측은 직전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IPO를 추진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스마일게이트RPG는 ‘로스트아크’ 흥행에 힘입어 2021년 당기순이익이 2000억원대를 기록하며 해당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후 회계 처리 과정에서 발생했다. 회사는 전환사채에 포함된 전환권을 부채로 분류하고 공정가치 평가손실을 반영하면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상장 추진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소멸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장 조건이 충족된 시점에서 이미 상장 추진 의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회계 처리 방식에 따라 이를 뒤집는 것은 계약의 취지와 신의성실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전환권은 자본과 부채로 모두 분류될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 회계 처리에 일정한 선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정 회계 처리 결과만을 근거로 계약상 의무의 존부를 달리 보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실적이 개선될수록 평가손실이 확대돼 순이익이 감소하고, 그 결과 상장 의무가 사라지는 구조에 대해서도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외부 회계법인의 자문이 있었다 하더라도 재무제표 작성과 회계 처리의 최종 책임은 회사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결국 법원은 스마일게이트RPG가 상장예비심사 청구 등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계약상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손해액은 기업가치 등을 반영해 수천억원 규모로 산정됐고, 책임 비율을 고려해 이번 소송에서 청구된 약 1000억원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회계 기준과 계약 의무의 경계를 짚은 사례로 보고 있다. 회계 처리 결과가 계약 이행 여부를 좌우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동시에 투자 계약에서 재무 지표뿐 아니라 회계 처리 방식까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스마일게이트RPG는 회계 처리 과정이 국제회계기준과 외부 자문에 따른 것이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항소심에서는 전환권 분류의 적정성과 함께 상장 의무의 성격이 ‘결과채무’인지 ‘노력의무’인지 여부를 둘러싼 법적 판단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