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워치] ‘9조 결단’ 10년…이재용의 하만 베팅, 삼성 사업 지형을 바꿨다

  • 등록 2026.04.22 16: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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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속 단행된 인수…“다음 성장축은 전장” 판단이 출발점
매출 2배·영업익 1.5조…오디오 기업서 전장 중심으로 재편
ADAS·프리미엄 오디오 확장…경쟁 심화속 전략적 과제 병존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10년을 지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전략적 판단이 성공 사례로 재조명받고 있다. 인수 당시 제기됐던 가격 부담과 사업 연관성 논란은 시간이 흐르면서 실적과 사업 구조 변화로 평가가 달라지는 흐름이다. 하만은 현재 삼성 전장 사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고, 이 결정은 삼성의 사업 방향을 확장한 계기로 해석된다.

 

2026년은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를 발표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약 9조4000억원(80억달러)을 투입해 하만 인수를 결정했고, 2017년 3월 인수를 마무리했다. 당시 기준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당시 시장의 시선은 엇갈렸다. 자동차 산업 경험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전장 기업을 대규모로 인수한 점, 높은 가격 부담 등이 주요 논점이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은 전장을 ‘삼성의 다음 성장 축’으로 판단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스마트폰 이후를 대비한 산업 재편 과정에서 자동차를 전자·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으로 들여 본 접근이었다.

 

이 판단은 이후 사업 구조 변화로 이어졌다. 하만의 매출은 2017년 7조1034억원에서 2025년 15조7833억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4억원에서 1조5311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되며 안정적인 이익 창출 기반을 확보했다.

 

사업 비중 변화도 뚜렷하다. 현재 하만 매출의 약 65~70%는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등 전장 사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오디오 중심 기업에서 차량용 전자장치 중심 기업으로 구조가 재편됐다. 전장 부문 매출은 약 1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글로벌 주요 부품사들과 경쟁 가능한 규모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삼성과 하만 간 기술 결합이 있다. 하만의 전장 솔루션은 삼성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 기술과 결합되며 적용 범위를 넓혔다. 차량 내 정보·엔터테인먼트 기능과 연결성 강화는 자동차를 하나의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흐름과 맞물린다.

삼성 입장에서도 하만은 사업 확장의 연결 고리로 작용했다. 차량용 반도체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은 하만과의 협업을 통해 활용 영역이 확대됐고, 스마트카와 스마트홈을 연계하는 기반도 구체화되고 있다. 전장 사업이 개별 사업을 넘어 그룹 차원의 성장 축으로 자리 잡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투자 흐름은 이 같은 전략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하만은 2025년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하며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나섰다. 자율주행용 카메라 모듈 분야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장 사업 확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오디오 부문에서도 확장이 이어졌다. 같은 해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B&W, 데논, 마란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가했다. 기존 JBL, AKG와 함께 대중형부터 고급형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시장 대응 범위를 확장했다.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전장 사업은 완성차 업황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특성이 있어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보쉬, 콘티넨탈, 덴소 등 글로벌 부품사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술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하만 인수는 삼성의 사업 지형을 확장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사업 추가가 아니라 기존 IT 기술을 자동차 산업으로 확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차량을 ‘움직이는 디지털 공간’으로 보는 관점은 이후 전장 전략의 방향성을 규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가격 논란이 있었지만, 전장을 미래 성장 영역으로 본 판단이 결과로 이어진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이 본격화될수록 하만의 역할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JBL이 탄생 80주년을 맞는 올해 하만은 전통적인 오디오 기업을 넘어 전장 중심 기업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년 전 이재용 회장이 내린 결정은 단기 성과를 넘어 삼성의 사업 방향을 재정의한 선택으로 남고 있다.

허성미 기자 hherli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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