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울산 조선소에서 발생한 잠수부 사망 사건과 최근 잠수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H조선소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강제수사에 착수했고, 회사는 생산을 멈추고 특별 안전교육에 나서는 등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울산지검은 15일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 명을 투입해 H조선소의 울산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 확보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안전·계약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원·하청 간 계약 구조와 안전 책임 범위, 현장 관리 체계 전반과 관련된 문서와 전산 자료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의 초점은 원청 책임 여부다. 검찰은 원청이었던 H조선소 전 대표이사와 안전 책임자들이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업무상 과실치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문제가 된 사고는 지난해 12월 30일 울산 H조선소 인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선박 검사를 수행하던 하청업체 소속 20대 잠수부 김기범 씨는 재입수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끝내 숨졌다. 당시 김씨는 약 30분 사용 가능한 공기통을 착용한 채 작업했으나, 약 4시간이 지난 뒤 발견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사고 당시 ‘2인 1조’ 근무 원칙이 지켜졌는지, 필수 안전 장비 지급 여부와 현장 안전관리자 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핵심 쟁점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하청업체 대표는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울산 조선소에서 발생한 잠수함 화재 사망 사고까지 겹치며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일 정비 중이던 해군 214급 잠수함 홍범도함에서 발생한 화재로 협력업체 소속 60대 여성 근로자 1명이 숨졌다. 당시 작업자 47명 중 대부분은 대피했지만, 1명이 고립됐다가 약 33시간 만에 시신으로 수습됐다.
노동계는 연이은 사고를 ‘구조적 안전관리 부실’로 규정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화재 대응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 인력이 투입됐다”며 “2인 1조 원칙과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무리한 현장 투입과 부적절한 대응으로 추가 사고 위험이 커졌다고 비판하며 제도 개선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를 향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노동계는 현장에 감독관이 있었음에도 사고 대응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조선업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 관리 기준과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사고 이후 대응에 나섰다. H조선소는 전 공장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특별 안전교육을 실시한다고 15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선박 제조 등 주요 공정이 일시적으로 멈췄으며, 교육 이후 16일부터 생산을 재개한다. 다만 고용노동청의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잠수함 관련 공정은 재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경찰과 관계기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고용노동부, 검찰 등이 참여한 합동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잠수부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와 화재 사고 원인 규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조선소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원청의 책임 범위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준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복되는 사고 속에서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향후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