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26일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약 10년 만의 방한입니다. 허사비스 CEO는 27일 이재명 대통령과 회동한 데 이어 29일 ‘구글 포 코리아 2026’ 행사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그는 앞서 28일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연쇄적으로 만났습니다.
허사비스 CEO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오찬을 진행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도 각각 별도로 회동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역시 허사비스 CEO를 먼저 만나 로봇과 AI 협력 방향을 점검했습니다. 4대그룹 총수가 허사비스 CEO와 연쇄 미팅을 가진 것입니다.
이번 만남에는 각 그룹 핵심 계열사 경영진도 일부 동석했습니다. 삼성은 모바일·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을 중심으로 온디바이스 AI 전략과 반도체 연계를 함께 검토했고, SK는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축으로 메모리와 네트워크 협력 범위를 점검했습니다. LG 역시 LG전자와 AI 연구 조직을 중심으로 기술 접점을 구체화했습니다. 형식적 만남이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어디에 연결할지 확인하는 실무 성격의 논의였습니다.
이번 회동의 초점은 ‘AI 모델’이 아니라 ‘AI를 구동하는 기반’이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는 초거대 AI 모델 ‘제미나이’ 확장 과정에서 연산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됐습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공정 기반 칩 생산 능력은 데이터 처리 속도와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적 위치가 분명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구조를 바탕으로 공급망 대응력을 확보하고 있고, 갤럭시 스마트폰에 AI 기능을 확대 적용하며 단말 생태계까지 연결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공급을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AI 경쟁이 ‘모델 성능’에서 ‘반도체 성능’으로 이동하고 있는 흐름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은 다른 축에서 움직였습니다. 현대차는 차량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술에 더해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한 로봇 사업까지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LG 역시 로봇과 스마트홈 등 ‘피지컬 AI’ 영역에서 기술 접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같은 AI 협력이지만 ‘칩’이 아니라 ‘활용’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전력과 데이터센터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AI 연산이 늘어날수록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이를 감당할 인프라 확보 경쟁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넘어 에너지와 데이터센터까지 포함한 ‘확장된 인프라 경쟁’이 시작됐다는 해석입니다.
이번 만남이 보여준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AI 경쟁의 승패는 모델 성능이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이번 회동은 기술 협력을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을 둘러싼 ‘인프라 협상’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준 장면입니다. 이번 허사비스 CEO의 방한은 인공지능(AI) 경쟁의 기준이 기술에서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