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3조 원대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가격 결정 과정에서 경쟁을 제한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반복 위반에 대한 경고 성격을 분명히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은 23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사 임직원 11명과 법인에 대한 선고를 진행했다. 김상익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과 최낙현 전 삼양사 대표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임직원들에게도 징역형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이 내려졌으며, 두 회사 법인에는 각각 벌금 2억 원이 부과됐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이 사건은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가격 형성 구조를 왜곡한 행위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 담합 사건으로 제재를 받은 이후에도 유사 행위가 반복된 점을 지적하며 기업 내부 통제의 실효성 문제를 짚었다.
다만 재판부는 국제 원당 가격이 공개돼 있고 주요 수요처의 협상력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해 담합으로 과도한 이익을 취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각 사가 준법 교육 강화와 내부 통제 체계 개선에 나선 점도 양형 판단에 반영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설탕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조율해 약 3조2000억 원 규모의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원당 가격이 상승할 때는 가격 인상을 빠르게 반영하고, 하락 시에는 인하 폭을 제한하는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설탕 가격이 이전 대비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해 관련 임원들을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으며, 결심 공판에서 주요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과거 처벌 이후에도 동일한 방식의 담합이 반복됐다”며 엄정한 처벌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반복 담합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정 기간 내 재차 담합이 적발될 경우 임원 해임 권고, 영업정지 요청, 과징금 가중 부과 등을 포함하는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공정위는 2번 연속 담합 행위가 적발된 기업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2배로 부과하기로 했다. 또 담합 행위로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나 대리점, 소비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소비자기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한편 담합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제빵 기업들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제과·외식업체 등을 중심으로 법적 대응 검토가 이어지면서 민사 책임 범위에 대한 판단도 추가로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로 22일 지방 소재 한 유명 제과업체 대표 A씨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을 상대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식품업계는 이번 설탕 담합 판결이 생활 필수품 시장에서도 담합 행위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묻는 흐름을 재확인한 사례로 보고 있다. 향후 가격 협의 관행 전반에 대한 점검과 내부 통제 강화 요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