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월드IT쇼서 ‘AI 경쟁’ 정면 승부…제품 넘어 일상 주도권 겨룬다

  • 등록 2026.04.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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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기기·콘텐츠 연결, LG는 공간·가전 통합…전략 축 뚜렷한 대비
디스플레이·모바일 vs AI홈·구독서비스…서로 다른 방식의 생태계 확장
하드웨어 경쟁 넘어 ‘경험 설계’로 이동…전자산업 패러다임 전환 신호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같은 무대에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 전략을 공개하며 전자산업 경쟁의 방향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두 회사는 모두 AI를 핵심 축으로 내세웠지만,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과 사업 확장 경로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제품 경쟁을 넘어 사용자 경험과 일상 영역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양사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월드IT쇼’에 참가해 차세대 기술과 주요 제품을 공개했다. 전시 규모와 구성 방식에서도 전략 차이가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체험형 공간을 구성했고, LG전자는 약 870㎡ 규모 전시관에서 생활 환경을 기반으로 한 AI 공간을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와 모바일을 축으로 한 ‘연결형 생태계’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장 입구에는 무안경 3D 디스플레이 ‘스페이셜 사이니지’를 배치해 관람객의 체험을 유도했다. 별도의 장비 없이 입체감을 구현하는 기술로,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콘텐츠 산업에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RGB’도 함께 공개됐다. 초미세 RGB 소자를 독립적으로 제어해 색 정확도와 명암 표현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경쟁이 해상도 중심에서 색 재현력과 몰입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갤럭시 S26 시리즈’를 중심으로 AI 기능이 강화됐다. 촬영과 편집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기능이 확대되면서 스마트폰의 역할이 콘텐츠 제작 도구로 확장되는 흐름이 반영됐다. 자연어 기반 이미지 생성과 편집 기능은 사용 방식 자체를 바꾸는 요소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TV, 모니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크로스 플랫폼’ 환경도 강조했다. 동일한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서 이어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로, 특정 기기에 종속되지 않는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기기 중심 경쟁에서 플랫폼 중심 경쟁으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반면 LG전자는 ‘공간 중심 AI 전략’을 앞세웠다. 가전과 IoT 기기, 서비스를 결합한 ‘AI 홈’ 환경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며, 생활 공간 전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AI 홈’ 구역에서는 출입, 조명, 공조, 가전이 연동되는 자동화 환경이 구현됐다.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기반으로 기기가 작동하는 구조로, 가전이 개별 제품이 아니라 통합된 서비스 형태로 진화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주방에서는 냉장고와 조리 기기가 연동돼 식재료 상태를 기반으로 메뉴를 추천하거나 조리 과정을 보조하는 기능이 소개됐다. 가전 간 데이터 연동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LG전자는 구독 기반 관리 서비스도 전면에 내세웠다. 주요 가전에 대해 정기 점검과 유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제품 판매 이후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는 가전 산업이 ‘판매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반영한다.

 

양사의 전략 차이는 ‘기기 중심 확장’과 ‘공간 중심 확장’으로 구분된다. 삼성전자는 개인 기기를 중심으로 디지털 경험을 확장하는 데 집중했고, LG전자는 주거 공간과 생활 환경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서로 다른 출발점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사용자 경험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수렴하는 구조다.

 

공통적으로는 AI가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확인된다. 두 회사 모두 기기 간 연결성과 데이터 기반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전자산업 경쟁의 기준이 하드웨어 성능에서 경험과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생태계 구축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기기를 하나의 환경으로 연결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경쟁이 ‘제품 성능’이 아닌 ‘경험 설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용자 일상 전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시에서 드러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은 이러한 변화의 방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두 회사의 경쟁은 더 이상 개별 제품의 성능 비교에 머물지 않는다.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기기와 공간, 서비스를 어떻게 연결하느냐를 둘러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남주 기자 calltaxi@seoultime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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