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협력사와 ‘AI 공급망 전환’ 속도…“주도권 경쟁 예고”

  • 등록 2026.04.20 16: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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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주도형 협업 구조 도입…공급망 대응 방식 전면 개편
HBM 중심 AI 메모리 수요 확대…속도·연결성이 경쟁력 변수
삼성전자 등 경쟁사도 공급망 강화…반도체 패러다임 변화 가속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SK하이닉스가 협력사와의 협업 방식을 재편하며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편되는 반도체 산업에서 공급망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기술 경쟁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대응 속도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에서 협력 구조를 선제적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일 SK하이닉스는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서 ‘2026년 동반성장협의회 정기총회’를 열고 협력사와의 중장기 협력 방향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는 황철주 협의회장을 비롯해 89개 회원사 대표와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동반성장협의회는 2001년 출범한 협력사 협의체로, 반도체 공급망 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 대응 창구 역할을 해왔다. 매년 정기총회를 통해 사업 성과와 시장 전망을 공유하고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구조다.

 

이번 총회의 핵심은 협력 방식의 변화다. 기존에는 SK하이닉스가 논의 주제를 설정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협력사가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중심으로 의제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유사 과제를 가진 협력사들이 자율적으로 소그룹을 구성하면 SK하이닉스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장 중심의 문제 해결 구조를 통해 공급망 전반의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변화는 AI 확산에 따른 산업 구조 재편과 맞물려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설계·소재·장비 등 공급망 전반의 유기적 대응이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AI 서버 투자 확대 흐름 속에서 관련 메모리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사업 결산과 올해 사업 계획도 확정했다. 소재·부품·장비·인프라 등 분야별 분과간담회 운영 결과가 공유되며 공급망 협업 성과가 점검됐다. SK하이닉스와 협의회는 그간 정기적인 분과 논의를 통해 주요 공급망 이슈를 공동 과제로 설정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SK하이닉스는 기술·경영·금융·교육 분야에서 운영해 온 상생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반도체 아카데미’를 활용한 실무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협력사의 기술력과 운영 역량을 동시에 끌어올려 공급망 전반의 안정성과 대응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회사의 사업 방향도 공유됐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중심의 기술 경쟁력 확보 전략과 투자 방향을 설명하며 협력사와의 연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 단위 대응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도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글로벌 주요 기업들 역시 협력사와의 공동 개발 확대와 공급망 내재화 전략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단순 납품 관계를 넘어 기술과 생산을 함께 설계하는 구조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이번 협력 구조 개편은 단순한 상생 차원을 넘어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연결성과 대응 속도가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며 “협력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보여준 협력사와의 구조 개편 움직임은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의 기준이 ‘개별 기업’에서 ‘공급망 전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최남주 기자 calltaxi@seoultime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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