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봄철 소비 성수기와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유통업계의 마케팅 방식이 한층 복합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할인 폭을 키우거나 사은품을 얹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 체험과 지역 상권 연계, 가족 단위 프로그램, 스포츠·문화 협업까지 결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과정에서 즐길거리와 편의성이 함께 제공되고,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매출뿐 아니라 브랜드 체류시간과 충성도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 더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분야는 유통과 플랫폼이다. 쿠팡은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의 공식 입점을 계기로 할인 행사를 열고 있다. 행사 상품은 베스트셀러와 단독 상품을 포함해 260여종으로 구성됐다. 단순히 입점 소식을 알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단독 상품과 사은 혜택을 묶어 브랜드 팬층과 신규 고객을 동시에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이 외부 브랜드 입점을 통해 상품 구색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쿠팡 역시 배송 편의성과 한정 구성 상품을 앞세워 20~30대 패션 수요를 겨냥한 셈이다. 플랫폼 경쟁이 가격보다 ‘무엇을 더 빨리, 더 독점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읽힌다.
배달의민족 사례는 조금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종로구·중구 일대 소규모 카페에 한정판 음료 원재료와 레시피, 포장재를 지원한 결과 픽업 주문과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참여 카페 100곳뿐 아니라 할인쿠폰이 제공된 주변 카페에서도 주문 증가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지점은 배달 플랫폼이 단순 중개 역할을 넘어 지역 상권과 관광 수요를 연결하는 방식까지 실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행사나 방문객 유입을 플랫폼 주문으로 연결하면 자영업자에게는 실질적 매출 효과가 생기고, 플랫폼은 지역 기반 서비스의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소비자 유입을 지역 소상공인 성장과 연결하는 모델이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다이소몰은 계절 수요에 맞춘 기획전으로 방향을 잡았다. 자외선 차단을 주제로 선케어 제품과 기능성 의류, 선글라스, 우양산 등을 한데 묶어 선보이는 방식이다. 상품군을 넓게 구성해 한 번의 구매에서 여러 품목을 함께 담도록 유도하는 전형적인 계절형 큐레이션 전략이다. 생활용품 중심 브랜드가 온라인몰에서는 계절과 상황에 맞는 문제 해결형 쇼핑 경험을 제시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소비자는 ‘무엇을 사야 할지’보다 ‘어떤 상황에 대비할지’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이 같은 묶음 제안은 가격 경쟁 이상으로 구매 전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은 투숙객을 대상으로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을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은 영어 미술 클래스, 제주는 낮 체험과 저녁 공연을 각각 준비했다. 객실 판매 자체보다 숙박 중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최근 호텔업계에서 가족 고객 유치 전략은 객실 요금 경쟁보다 부대 프로그램 설계 경쟁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아이가 즐길 수 있는 활동과 부모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면, 숙박은 단순 휴식이 아니라 체험 소비로 전환된다. 이는 호텔이 일시적 숙박시설이 아니라 ‘체류형 콘텐츠 공간’으로 포지셔닝을 넓히려는 것과 맞닿아 있다.
자생의료재단은 부천FC1995 유소년 선수단에 훈련용품을 지원했다. 규모 자체보다 눈에 띄는 건 방식이다. 일회성 물품 전달에 그치지 않고 지역 스포츠팀과의 관계를 장기적으로 이어가며 지원 범위를 확장하는 구조다. 최근 기업 사회공헌은 단순 기부보다 지역 공동체와 얼마나 지속적으로 연결되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지원 대상이 명확하고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형태일수록 브랜드 인식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식품이 후원하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은 대표적인 장기 문화 후원 사례다. 커피 브랜드가 바둑 대회를 꾸준히 후원하면서 제품 광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축적해온 것이다. 즉각적인 판매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특정 문화 영역과 오랜 기간 관계를 맺는 방식은 기업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오뚜기의 가족요리 페스티벌은 현장형 경험 확대에 가깝다. 가족이 직접 요리를 만들고 시식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구조는 브랜드를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가족 활동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식품기업이 시식 행사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감정적 접점을 요리 경연과 체험을 통해 확보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부산에서 처음 개최된다는 점도 지역 확장 전략과 맞물린다.
동원F&B의 도쿄 팝업스토어는 해외 마케팅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수출 실적이나 유통망 확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고 사진을 찍고 굿즈를 받는 식의 체험형 접점이 중요해졌다. K푸드 기업들이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단순 판매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직접 보여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롯데웰푸드는 KBO와의 협업을 통해 스포츠 팬덤을 겨냥했다. 과자 패키지에 구단 상징물을 넣고 응모 이벤트와 굿즈를 결합한 방식은 식품 소비를 응원 문화와 연결한다. 식품이 경기장 밖에서도 팬덤 소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bhc 역시 페스티벌 응모를 자사 앱과 연결하며 플랫폼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주문 고객뿐 아니라 앱 방문자까지 참여시키는 구조는 외식업계가 문화 행사를 단순 홍보가 아니라 자사 채널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파리바게뜨의 가정의 달 사전예약도 같은 맥락이다. 케이크와 굿즈를 결합해 선물 수요를 세분화하고, 예약부터 수령까지의 과정을 기념일 소비 흐름에 맞춰 설계했다. 시즌 상품 판매를 넘어 ‘누구에게 어떤 의미로 선물할 것인가’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최근 마케팅은 더 이상 제품의 가격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유통업계는 입점과 배송, 단독 구성을 결합하고, 플랫폼은 지역 상권과 협력 모델을 실험한다. 식품·외식업계는 문화, 스포츠, 가족 체험, 앱 참여를 촘촘히 엮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를 둘러싼 경쟁의 무게중심이 ‘얼마나 싸게 파느냐’에서 ‘어떤 경험을 남기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묘 "경기 둔화와 소비 분산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택한 해법은 결국 브랜드를 한 번 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기억하게 만드는 데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