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베트남 순방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면서 재계 총수들의 위상이 한층 달라지고 있다.
과거 ‘경제인 대표’에 머물렀던 역할을 넘어, 투자와 협력을 직접 결정하는 ‘실행 주체’로 외교 현장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다. 재계 일각에선 대기업 총수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민간 외교관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9일 김포비즈니스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별도의 발언 없이 이동했고,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도 같은날 인도행 일정에 합류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베트남 일정부터 참여한다. 약 200명 규모의 경제사절단은 인도와 베트남에서 비즈니스 포럼, 협력 논의, 업무협약 체결 등을 이어간다.
이번 순방에서 총수들의 존재감이 커진 이유는 시장 환경과 맞닿아 있다. 인도와 베트남은 정책 합의만으로 사업이 성사되기보다 기업 간 신뢰와 장기 투자 의지가 성패를 가르는 곳이다.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와 모바일 사업을 통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협력 기반을 점검할 가능성이 크다.
정의선 회장은 인도를 핵심 성장 축으로 삼아온 만큼 생산과 판매 전략을 직접 연결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전자와 부품 사업의 생산·연구 거점을 중심으로 현지 경쟁력을 다시 점검할 것으로 읽힌다. 최태원 회장은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에너지·인프라 사업을 중심으로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이 같은 움직임을 ‘결정권이 있는 외교’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 기조가 맞물리면서 기업 간 협력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협력의 틀을 마련하면 총수들이 투자와 사업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구조가 점차 뚜렷해지는 흐름이다.
이 같은 역할은 새로운 장면은 아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졌던 시기에도 주요 총수들은 현지를 찾아 정·재계 인사들과 접촉하며 투자 의지와 협력 방향을 직접 전달했다. 공식 협상 테이블 밖에서 형성된 네트워크가 이후 협상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기업인의 신뢰와 접촉이 외교적 완충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순방 역시 정상 외교와 기업 외교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인도에서는 첨단 제조와 산업 협력이, 베트남에서는 에너지와 인프라 협력이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총수들은 현지 정부와 기업을 동시에 상대하며 투자 확대와 공급망 안정이라는 두 축을 함께 점검한다.
이번 순방이 실제 투자 확대나 협력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는 향후 발표될 사업 계획과 후속 협력의 구체성에서 드러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은 현장에서 바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 협상의 속도와 깊이가 다르다”며 “결국 사업으로 이어지는 외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