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5월 초 연휴를 앞두고 유통업계의 영업 전략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노동절과 어린이날, 대체휴일이 이어지는 데다 중국과 일본의 골든위크까지 겹치면서 소비가 동시에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방식만으로는 고객을 붙잡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분위기다.
실제 현장에서는 할인보다 ‘얼마나 오래 머무르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가격 경쟁만으로는 고객을 다시 불러오기 어렵다”며 “매장을 방문할 이유와 머무를 시간을 함께 설계해야 매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전략을 앞세웠다. 최근 방한 관광객의 소비 방식이 단체 관광에서 개별 여행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쇼핑 역시 사전에 계획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에 주목한 것. 롯데백화점은 단순한 현장 할인보다, 결제와 환급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위챗페이와 라인페이 등 간편결제 이용 고객에게는 할인 쿠폰과 포인트 적립을 제공하고, 유니온페이 결제 시에는 즉시 할인과 택스리펀 혜택을 동시에 적용한다. 결제 방식에 따라 혜택을 세분화했지만, 공통적으로는 ‘현장에서 바로 체감되는 할인’을 강조하는 구조다. 외국인 고객에게는 결제 편의와 환급 속도가 실제 소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주목되는 부분은 오프라인을 넘어선 사전 유입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중화권 플랫폼을 활용해 매장 정보를 노출하고, 방문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면세 혜택이 경쟁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여행 계획 단계에서 쇼핑 목적지로 선택되는지가 더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신세계 사우스시티는 외국인 대신 지역 생활권 고객에 집중했다. 용인 수지와 성남 분당, 죽전 일대는 젊은 가족과 신혼부부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스포츠와 아웃도어 소비가 꾸준히 이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는 곳이다. 매장 재편 역시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이뤄졌다.
스포츠 브랜드를 중심으로 매장을 재구성하고, 아웃도어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아 사실상 전문관 형태로 만들었다. 여러 브랜드를 한 층에 배치해 비교 체험이 가능하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이는 상품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카테고리를 하나의 경험으로 묶어 보여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변화는 오프라인 유통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장은 더 이상 물건을 사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취향과 생활 방식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머물게 만드는 공간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결국 가격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선택의 이유가 되는 구조다.
대형마트도 영업 경쟁이 뜨겁다. 이마트는 계절 수요를 중심으로 전략을 짰다. 봄철 나들이와 캠핑이 늘어나면서 바비큐 수요가 살아나는 흐름을 반영했다. 육류와 해산물, 채소, 주류를 묶어 하나의 식사 장면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한우 특수부위와 갈비, 돼지고기 모둠을 중심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우와 채소, 와인과 맥주까지 함께 제안해 소비 흐름을 완성했다. 단순히 상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소비할 것인가’를 함께 설계한 것이다. 대형마트의 기획 방식이 상품 단위에서 경험 단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할인 행사와 함께 체험 요소를 강화했다. 레고와 캐릭터 완구, 게임기 등을 중심으로 할인 품목을 구성하는 한편, 일부 점포에서는 팝업스토어와 포토존, 이벤트를 운영한다. 이는 단순 구매를 넘어 ‘방문 경험’을 만드는 전략이다. 아이들이 직접 보고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매장을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오프라인 채널이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체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연휴가 상반기 소비 흐름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외국인 관광객 회복과 내수 소비가 동시에 움직일 경우 유통업 전반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할인 중심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실제 성과는 고객이 체감하는 편의성과 체류 경험에서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유통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기업들은 제품 판매를 넘어 체험과 연구, 기술, 가치까지 함께 제시하는 방향으로 경쟁 축을 넓히고 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이 가격과 기능에서 경험과 신뢰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몬스의 경우 매장 리뉴얼을 통해 체험 환경을 강화했다. 공간을 넓히고 제품 체험 구조를 정리해 고객이 보다 편안하게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침대처럼 체험이 중요한 상품일수록 매장 자체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반영한 변화다.
삼양식품 계열 삼양라운드힐은 대관령 목장을 중심으로 체류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걷기와 명상, 자연 체험을 결합해 방문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풍경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을 움직이고 감각을 활용하는 경험으로 확장한 점이 특징이다.
오뚜기는 학술 교류를 통해 브랜드 접점을 넓혔다. 카레와 향신료를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기능성 성분과 건강 관련 연구를 공유했다. 제품 자체보다 원료와 성분,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브랜드 신뢰를 구축하려는 접근이다.
한미약품은 연구개발 성과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사 바이오신약이 산업기술상을 수상하며 기술 경쟁력을 다시 확인받았다. 장기간 축적된 연구개발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아제약은 친환경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확장했다.
공유오피스와 협업해 자원순환형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제품 체험과 기부를 연결했다. 브랜드 메시지를 일상 속 경험으로 풀어낸 사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무엇을 사느냐보다, 왜 그 공간을 찾고 얼마나 머무느냐가 유통시장의 새로운 기준점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