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서연옥 기자] 국내 유통·식품·플랫폼 업계의 경쟁 구도가 ‘상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 이벤트, 사회공헌을 결합한 복합적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이 확산되면서 소비자 선택 기준 자체가 변화하는 흐름이다. 통계청과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200조 원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가격과 품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노사 관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협력 기반의 운영 모델 구축에 나섰다. 협약에는 서비스 장애나 재난 상황 발생 시 노조가 운영 안정에 협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플랫폼 서비스의 지속성과 생태계 안정까지 고려한 사례로, 업계에서는 유사 모델이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통 업계에서는 플랫폼 간 전략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쿠팡은 TCL의 814L 대용량 냉장고를 선보이며 가전 카테고리 확대에 나섰고, 100만 원대 초반 가격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했다. 반면 컬리는 ‘식단 리셋 가이드’ 기획전을 통해 1100여 개 상품을 최대 35% 할인하며 건강·다이어트 수요 공략에 집중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상품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을, 컬리가 큐레이션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통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객 충성도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한다.
외식·프랜차이즈 업계는 참여형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경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너시스BBQ는 앱 주문 시 프리퀀치 적립 이벤트를 운영하며 고객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파리바게뜨는 ‘파란라벨’ 캠페인을 통해 건강과 즐거움을 결합한 브랜드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해당 제품군은 누적 판매 2400만 개를 돌파하며 소비자 반응을 입증했다. 단순 할인 중심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험 중심 전략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적 음악 축제 코첼라와 2년 연속 파트너십을 이어가며 브랜드를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현장 체험형 프로그램과 협업 메뉴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K-푸드가 제품 수출 중심에서 경험 기반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SG 활동 역시 경험 경쟁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농심은 헌혈 캠페인을 통해 소아암 환아 지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셀트리온은 기부런을 통해 조성한 약 3000만 원 규모의 기금을 환우 지원에 활용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참여형·체험형 방식으로 확대되면서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프라인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팝업스토어를 통해 브랜드와 기술을 체험형 콘텐츠로 구현했고, 서울신라호텔은 야외 수영장에서 와인 마켓을 운영하며 도심형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CJ올리브영 역시 멤버십과 포인트 제도를 강화하며 경험 중심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경험 중심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비용 증가와 수익성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콘텐츠 제작과 이벤트 확대에 따른 비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수익 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과 스토리를 함께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전반에서 고객과 얼마나 다양한 접점을 형성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