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타임즈뉴스 = 허성미 기자]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와 황창규 전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 기부 등과 관련해 소액주주들에게 일부 배상 책임이 있는지 다시 판단받게 됐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경영진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법적 쟁점이 재점화됐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KT 소액주주 35명이 전·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76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환송했다. 앞서 1·2심은 구 전 대표와 황 전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경영진의 법령 위반이나 임무 해태를 인정하지 않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쟁점은 구 전 대표의 비자금 조성과 ‘쪼개기’ 정치후원 행위였다. 그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상품권 매입·재판매 방식으로 약 3억3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고, 업무상 횡령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2심은 비자금 중 정치자금으로 제공된 2억3천여만원이 회사로 반환됐다는 점을 들어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자금 조성 행위 자체가 위임계약상 임무 해태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이사로서의 감시 의무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다. 특히 정치자금으로 사용된 금액만을 손해액으로 본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나머지 비자금도 손해액에 포함되는지 다시 따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당시 주요 경영 사안에 관여한 황 전 회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한 부분 역시 재심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무궁화위성 3호 매각, 미르재단 출연, 아현지사 화재 등 다른 청구 사유에 대해서는 원고 패소한 2심 판단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