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다음달 4대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당국과 국회가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면서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 도입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정관 변경을 통해 선제 도입에 나설지, 법 개정 이후로 판단을 미룰지에 따라 업권 전반의 지배구조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25일 이사회를 열어 정기 주총 안건을 확정한다. 이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가 27일, 신한금융지주가 다음달 3일 이사회를 개최한다. 주총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3월 말 열릴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이사회에서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 도입, 사외이사 3년 단임제 등 정관 변경 안건이 논의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별결의는 현행 일반결의(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 출석 주주 과반 찬성)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한다. 이른바 ‘67% 룰’이다.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표이사가 영향력을 행사한 이사회가 다시 대표이사 선임에 관여하는 순환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 역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연임 절차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소급 적용은 불가능해 이미 연임이 확정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에게는 영향이 없다. 법안이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될 경우 오는 11월 임기가 종료되는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첫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주들은 특별결의 도입에 신중한 태도다.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등 주요 주주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KB 8.56%, 신한 9.10%, 하나 8.86%, 우리 6.68% 등 주요 금융지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도 KB금융 77%, 신한금융 60%, 하나금융 67.6%, 우리금융 47.2%에 달한다. 지분이 분산된 구조에서 소수 기관투자자의 의결권이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업계 기류는 비교적 차분하다. 특별결의가 도입되더라도 최근 금융지주 회장 연임안이 80% 이상 찬성률로 통과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함영주 회장의 연임안은 81% 찬성으로 가결됐다. 양종희 회장 역시 취임 당시 97.52%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5조84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3조6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했다. 비은행 부문 기여도도 37%로 확대됐다. 실적과 환원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특별결의 문턱도 넘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결권 자문사와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판단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ISS나 글래스루이스의 권고안이 주총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장기 재임 구조와 이른바 ‘이너서클’ 문제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와 투명성이 담보된다면 연임 자체를 제한하는 장치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3월 주총은 금융지주들이 정부 기조에 선제적으로 화답할지, 법 개정 이후로 판단을 미룰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한 곳이라도 특별결의 도입을 정관에 반영할 경우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